[김태우의 클리닝타임] 떠난 박찬호, 목소리는 여전히 메아리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2.07 06: 30

더 이상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래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야구계에 메아리치고 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박찬호(40)가 야구계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박찬호는 지난해 11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박찬호의 표정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1년간 고국에서 뛰는 동안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은퇴식에서 “1년 동안 충분히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앞으로 한국야구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는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어 박찬호는 “앞으로 한국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했었다. 계획들이 분명했기 때문에 미련을 갖지 않고 (은퇴를)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도자 등의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꼭 현장에 남지 않더라도 야구인 박찬호로서 한국야구에 공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얼마 되지 않아 드러났다.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이 그것이다.

박찬호는 지난 4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소요산 박찬호 야구공원’ 조성을 위한 양해각성(MOU) 체결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 오세창 동두천시장, 투자자로 참여하는 박문창 ㈜소요산야구공원 대표도 함께 했다. 박찬호는 이 자리에서 “꿈을 실현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렌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야구 테마파크로 조성될 ‘박찬호 야구공원’은 민간자본 330억 원을 들여 2014년 4월 준공할 예정이다. 메인스타디움 1면을 포함해 총 7면의 야구장이 들어서고 그 외에도 타격연습장, 실내연습장, 기숙사, 캠핑장, 공연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이뤄진다. 프로보다는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이나 야구 동호인들을 주 이용대상으로 한다.
이 야구공원 설립은 박찬호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부지의 소유자인 박문창 씨를 설득해 지난해 9월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박찬호는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야구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야구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에게도 장소 제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야구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동호인들은 기대만발이다. 매주 리그에 참여한다는 한 사회인 야구 동호인은 “사실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 대관료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대다수 차량도 보유하고 있어 1~2시간 정도의 이동거리도 감수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장을 섭외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골프장 부킹보다 훨씬 더 힘들다”라면서 “야구공원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비슷한 시설이 더 많이 들어설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인프라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복귀 후 박찬호는 1년 여 동안 야구계의 열악한 인프라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우리보다 훨씬 시장이 큰 미국과 일본에 단순비교한 것은 아니었다.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박찬호의 의견이었다. 그는 지난해 몇 차례에 걸쳐 경기장 내 시설과 훈련 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선수들 중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잠실야구장 원정라커룸에 대해서는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박찬호 정도의 상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 후 여론이 악화되자 서울시도 2월 중순부터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 리모델링 사업에 들어간다.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막상 첫 걸음을 떼면 그 후부터는 답이 보인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박찬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도자로 복귀하지는 않을 뜻을 시사했다. 다만 행정 쪽으로는 관심이 많다는 기존의 생각은 재확인했다. 어쩌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더 어울리는 방향일 수도 있다. 박찬호는 선진야구 시스템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를 갖췄다. 국내의 열악한 현실과 대조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소요산 야구공원’은 박찬호가 아직 한국야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하나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