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vs7번방v남쪽' 천만영화 시동거나? [설 특집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2.07 08: 14

징검다리 없는 3일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영화 3파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르와 개성이 뚜렷이 다른 세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설 대목, 극장가 파이를 얼마나 늘릴 지 주목된다.
3파전의 주인공은 '베를린'(류승완 감독),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 그리고 신작 '남쪽으로 튀어'(임순례 감독)다.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이 불꽃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쪽으로 튀어'가 가세, 다양성에 기여한 형국이다.
7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베를린'은 지난 6일 전국 18만 9702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284만 855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이어갔다. '7번방의 선물'은 이날 18만 5265명을 모아 누적관객수 477만 1134명을 나타내며 2위를 차지, '베를린'과 더욱 간극을 좁혔다.

여기에 지난 6일 외화 '다이하드:굿데이 투 다이'(이하 다이하드)와 '남쪽으로 튀어'가 나란히 개봉해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다이하드'는 전국 6만 9810명-누적관객 7만 1976명, '남쪽으로 튀어'는 전국 4만 5845명-누적관객 5만 8656명을 모았다.
이처럼 '다이하드'를 제외하고는 설 대목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이 세 한국 영화들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이고, 한국영화는 첫 첫만 탄생의 시동을 걸 수 있을까?  
◆ 대 역전극, 혹은 '윈-윈'
'7번방의 선물'이 하루 단위로 '베를린'과 1만여명, 6천여명, 4천여명으로 일일 관객수에서 차이를 좁히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의 이 같은 뒷심은 가족영화, 휴먼드라마라는 영화의 성격상 가족단위 관객들을 겨냥한 설 대목에 돋보일 것으로 예상돼 박스오피스 대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7번방의 선물'은 40대 이상 관객들과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3일 개봉했지만 드롭율도 현저히 적다. 여전히 35%(7일 오전)라는 높은 예매율로 '베를린'을 압박하고 있는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속도는 천만 사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 설 대목을 지나고 가뿐히 700만 이상은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를린' 역시 역대 흥행 대작들인 '괴물', '도둑들'과 초반 비슷한 흥행 추이를 보이며 우선 손익분기점인 대략 50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베를린'이 신작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부터 줄곧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의미를 두며 "높은 예매율은 영화에 대한 막강한 팬덤과 기대감를 반영하는 것으로 설 연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여름과 추석 성수기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란 두 천만 영화가 탄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성수기권에 속하지는 않던 연 초 극장가의 놀라운 기세는 주목할 만 하다.
벌써 1월 총 관객수는 1000만명을 넘겼다. 롯데시네마와 영진위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2년 1월에 비해 올 1월 전체 관객수가 약 22.4% 증가했고, 특히 1월 한국영화 관객수는 1,000만명을 돌파하며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추석에는 징검다리 휴일까지 합쳐 700만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은 바 있다. 물론 이번 설은 연휴가 짧지만 겨울방학 특수와 맞물려 그 결과과 주목된다.
◆ 장르전 - 액션 VS 액션, 휴먼 VS 휴먼
설 극장가는 크게 액션 VS 액션, 휴먼 VS 휴먼이라는 장르전으로도 볼 수 있다. 액션물은 '베를린'과 외화 '다이하드'이고, 휴먼드라마는 '7번방의 선물'과 '남쪽으로 튀어'다.
대형 외화로는 유일하게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다이하드' 5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1988년 시작된 이 액션 시리즈는 5편에서 미국을 넘어 러시아 모스크바로 배경을 넓혔다. 박스오피스에서는 한국 액션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베를린'과 유일하게 외화 자존심을 살린 '다이하드'의 장르전이다. '다이하드'는 15세 관람가로 보다 폭넓은 관객 유입을 유도한다.
올 초 유난히 강세가 돋보이는 장르인 휴먼드라마는 '7번방의 선물'과 '남쪽으로 튀어'의 맞대결이다. 두 영화 모두 대중문화 트렌드인 '힐링' 코드가 녹아 있어 사람들의 기분 좋고 편안한 관람을 가능케 한다. 다만 '7번방의 눈물'이 초반 웃음-후반 눈물 구성의 신파드라마에 가깝다면 '남쪽으로 튀어'는 소소한 웃음과 울림이 시종일간 잔잔하게 깔려 있는 영화다.
액션영화는 남자들이 선호하고, 휴먼드라마는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단순 공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7번방의 선물'을 보며 많은 아빠들이 울고, '베를린'의 액션을 보며 여성들이 환호한다. 또 이제 점 찍은 영화 하나만을 관람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다양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더욱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 대세 남자배우 다 모였네
이처럼 충무로 대세 남자배우들이 대거 라이벌이 되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원조 대세 김윤석, 충무로의 별 하정우, 떠오른 대세 류승룡이 저마다의 무기로 관객들을 어필하고 있다. '베를린'의 여신 전지현이 있긴 하지만, 당분간 극장가에서 여자배우는 숨 죽어 있는 모양새다.
'베를린'에서 북한의 '고스트' 첩보요원 표종성을 역을 맡은 하정우는 태권도 격술을 바탕으로 한 절도 있는 액션으로 남심을 자극하고 여심을 훔친다.
류승룡은 사람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다.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후 딸 예승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이 영화를 통해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충무로 원 톱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기도 쉽고, 예측하기도 쉬운 어린 지능의 어른 연기를 펼치면서도 단순히 관객들을 용구 캐릭터에 집중 시키는 것이 아닌, 영화 전체를 보게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는 제 몫을 다한 조연들의 앙상블이 있어 더욱 가능했다.
김윤석은 관객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가 세월이 흘러 아나키스트가 된 최해갑과 그 가족 이야기를 그린 '남쪽으로 튀어'에서 마성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김윤석은 '내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걸 대신 해 주는 듯한' 짜릿함을 안긴다.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이 온 몸으로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외치는 연기 변신만으로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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