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 가장 큰 이슈는 충무로 두 화제작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의 쌍끌이 접전이다. 그러나 틈새시장을 노리고 연휴시기와 맞물려 개봉하는 소소한 영화들이 있다. 낯선 영화라고 우습게 보는 것은 금물.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도 있고, 걸작 애니메이션이라 칭송받는 작품들도 있다. 설 연휴 볼만한 최근 개봉작들과 이미 개봉했지만 도전해 볼만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말랑말랑 감성영화
간만에 찾아온 연휴, 메마른 감성을 말랑말랑 살아나게 만들고 싶다면 '문라이즈 킹덤'과 '여친남친'을 추천한다. 지난 31일 개봉한 '문라이즈 킹덤'(감독 웨스 앤더슨)은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문제아 '샘'과 라디오와 책, 고양이만을 친구삼아 외롭게 살아가는 '수지'의 귀여운 사랑의 도피를 그린 작품. 12살 두 소년-소녀의 사랑과 성장기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밝고 유머러스한 감성으로 그려져 호평을 받고 있다.

대만 영화 '여친남친'(감독 양야체)도 연인의 손을 잡고 가 볼만한 감성영화. 일제강점기와 민주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을 공유하는 대만의 현대사를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풀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로맨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감성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으며 여주인공 계륜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중화권 유명 영화제인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7일 개봉.
아카데미 즐기려면
2월 전 세계 영화계 가장 큰 이슈는 오는 24일 열리는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면 수상 유력 작품들을 미리 보고 수상결과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개봉 예정작인 작품들도 있지만 의외로 이미 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들 중 아카데미상 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도 많다.
'라이프 오브 파이'(감독 이안)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좁은 구명보트를 나눠쓰게 된 소년 파이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는 철학적인 내용과 '브로크백 마운틴', '와호장룡', '색, 계' 등을 연출한 이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 지난달 1일 개봉해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 상을 받은 '비스트'(감독 벤 제틀린)는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최연소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남극의 물을 막기 위해 인간들이 쌓은 둑 바깥에 있는 욕조 섬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가족,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어린 소녀 허쉬파피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휴먼 드라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개봉해 여전히 상영 중인 '아무르', '레미제라블'이 각각 8개와 5개 부문에 올랐으며 상영이 끝난 작품들 중에서도 '아르고'가 7개 부문, '007 스카이폴'은 5개 부문의 후보로 올라 참고할 만 하다.
아이, 어른 동시만족 애니메이션 영화
명절 시끄러운(?) 아이들을 잠깐이라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다. 어른들이 봐도 재미있고, 아이들의 교육용으로도 좋은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금상첨화. 오는 7일 개봉하는 '눈의 여왕'(감독 블라드 바르베, 막심 스베쉬니코브 )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명작 '눈의 여왕'을 각색한 작품이다. 여왕의 저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소녀 겔다와 아이스 원정대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원작 동화의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에 3D 기술로 환상적이게 묘사된 설국의 풍경이 온 가족이 즐길 만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파라노만'(감독 크리스 버틀러, 샘 펠)은 유령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소년 노만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 깨어난 마녀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뛰어난 작품성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파라노만'은 점토 등으로 만든 인형의 동장과 표정을 조금씩 바꿔가며 찍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 밖에도 세상을 구하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호텔에 초대받지 않은 인간 소년 조니의 출연으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몬스터 호텔'이 호평 속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ujen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