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가 다시 끊어졌을 때는 참담했다. 재수술 전례도 없어 안 된다고 하니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싶었고”.
훈련 보조로 입단해 홀드왕, 10승 투수가 되며 중간계투로 순수 연봉 2억원 고지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3년 간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연봉은 반 이상이 깎여나갔다. 이제는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재기해야 하는 입장이다.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우완 이재우(33)에게 2013시즌은 생존의 한 해다.
탐라대 시절 내야수로 뛰다 발목 골절상으로 인해 중퇴, 자신의 지명권을 갖고 있던 두산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뒤 훈련 보조 및 기록원으로 처음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았던 이재우는 자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전임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중용받으며 2005년 28홀드로 홀드왕 타이틀, 2008시즌 11승을 올리며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긴 어둠의 터널 속 묵묵히 뛰던 이재우다. 2010시즌 4선발로 시작했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강판한 이재우는 결국 그해 8월 미국 LA 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2011년 후반기 가세를 목표로 재활하던 이재우는 2011년 5월 다시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으며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
“출장에 대한 의욕도 강했고 그만큼 재활 후 불펜 피칭을 한다는 데 대해서도 기뻤다. 그러다 인대가 끊어졌더라. 수술을 집도했던 조브 클리닉 쪽에서도 황당해하면서 ‘재수술 전례가 없다’라며 수술을 꺼렸고”. 결국 이재우는 2011년 7월 국내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이재우의 양 손목 인대는 그의 오른 팔꿈치 인대를 잇는 데 쓰였다.
“팀을 위해 경기에서 한 것이 없으니 연봉도 계속 깎여나가더라. 그러나 아내(배구선수 출신 이영주씨)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딸 윤서에게 아버지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꼭 다시 일어나야했다”. 2억원까지 달했던 이재우의 연봉은 8500만원까지 급전직하했다.
2012시즌 막판 조심스럽게 1군 무대를 밟은 이재우는 3경기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과거 151km의 달하던 직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140km대 중반의 직구에 날카로운 포크볼은 남아있었다. 선수 본인은 “오히려 변화구 구사력은 수술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라며 자평하고 있다.
경험을 갖춘 투수인 만큼 팀에서도 이재우에게 정재훈과 함께 로테이션 셋업맨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단 한 명에게 셋업맨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부상 전력의 경험 많은 두 투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며 계투 과부하 현상을 막고 보다 튼실한 불펜 방화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욱 감독은 이재우를 더블 셋업맨 한 축으로 염두에 두며 “정재훈과 이재우가 건강하게 뛰어준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라는 기대감을 비췄다.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 3년 동안 제대로 못 던졌던 한을 올 시즌 제대로 풀고 싶다”. 훈련 보조요원에서 타이틀 홀더-국가대표까지 등극했던 이재우는 또 한 번의 인간승리를 꿈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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