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전지 훈련을 떠나 있는 터키 안탈리아는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손꼽힌다. 겨울인 지금도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돌 만큼 따뜻하고, 지중해와 맞닿은 해안 능선은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될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포항 선수단은 안탈리아의 휴양지 분위기를 느낄 겨를이 없다. 숙소인 크렘린 팰리스 호텔은 안탈리아 시내와 택시로 30~40분 거리, 요금은 왕복 60유로(약 8만8000원)로 비싼 편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빠듯한 훈련 일정 속에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매일 같이 호텔 소유 연습구장을 버스로 오가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호텔 내에 무료 바와 각종 여가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지난달 20일부터 2주가 넘게 머무르다 보니 이제 흥미도 사라졌다. 오랜 기간 포항에서 일한 한 스태프는 “이곳만 벌써 4번째 와서 그런지 감흥이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니 선수들 각자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인기 높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한국 드라마와 TV 영상 시청이다. 동계훈련을 떠나기 전 제각각 담아온 영상을 돌려보면서 향수를 달래고 식사 시간이 되면 그동안 시청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면서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휴대폰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가족, 지인과의 문자 메시지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소소한 일상을 풀어놓는다. 효과만점인 ‘손편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연인과 가족에게 편지를 띄우기 위해 편지지, 엽서 등을 찾기에 바쁜 이들도 있다.
물론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코칭스태프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오는 27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마냥 풀어주기도 어렵다.
그래서 황선홍 감독이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다. 바로 선수단 볼링대회다. 포항은 휴식일인 7일에 맞춰 선수단 전원이 참여하는 볼링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친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다. 조정길 포항 홍보팀 대리 역시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선수들 입장에선 잠시 쉬어가면서 나름대로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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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