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로서 임무를 다했지만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승부욕이 충만한 혼다 게이스케(27, CSKA 모스크바)가 기다렸던 골을 터뜨리고도 불만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혼다는 6일(한국시간) 일본 고베 홈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트비아(FIFA 랭킹 104위)와의 기린 챌린지컵에 일본 대표팀 공격수로 선발 출장,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전반 오카자키 신지의 선제골로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5분 가가와 신지의 패스를 받은 혼다는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다시 두드려 승기를 가져왔다.
이로써 혼다는 지난해 6월 8일 3-0으로 승리한 요르단전 이후 8개월만에 골 맛을 봤다. 어시스트를 해준 가가와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활짝 미소를 머금어 기쁨과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다. 혼다는 곧바로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그러나 경기 후 혼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혼다는 경기 후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과 설전을 펼쳤다. 득점 직후 곧바로 교체 명령을 받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실제 혼다는 교체 지시를 받은 후 터벅터벅 걸어나왔고 시종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에 자케로니 감독은 경기 후 혼다와 격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케로니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혼다는 90분 동안 뛰고 싶은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면서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혼다에게 90분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혼다는 지난해 9월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자 "골은 케첩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나오지 않을 때는 나오지 않지만 한 번 터지면 계속 나온다"는 뜻으로 일본의 결정력을 표현한 말이었다. 이후 터진 혼다의 첫 골이라는 점에서 연속골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은 혼다가 결과를 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가가와와의 합작골은 '월드컵 핫라인이 개통됐다'고 표현하며 들뜬 모습이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혼다는 믹스트존에서 계속된 기자들의 요청을 외면한 채 경기장을 벗어났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오만전처럼 팀이 2-1로 승리하고도 스스로에게 화를 냈던 것과 비슷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실제 이날 일본은 전체 27번의 슈팅 중 후반에만 21개의 슈팅을 날린 반면 전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케로니 감독 역시 전반전에 대해서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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