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용두사미 종영, 과유불급의 좋은 예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2.08 07: 44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가 지난 7일 방송을 끝으로 35회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스토리를 우겨넣은 폐해 탓일까, 정작 주인공의 입지는 좁아져 버린 과유불급 종영이었다.
‘대풍수’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조선건국에 힘을 보탠 도사들의 활약상을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한 드라마. 여타 사극이 왕을 중심으로 조선건국 과정 그 자체를 그린 것과 달리 킹메이커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작 ‘대풍수’가 걸어온 길은 조선건국 스토리를 그린 여타 드라마와 다르지 않았다. 이유는 주인공 목지상(지성 분)을 비롯해 킹메이커들의 활약이 너무 미비했기 때문.

지상은 풍수지리 대가 목동륜(최재웅 분)의 아들로 태어나 풍수지리에 신안(神眼)을 지닌 인물이었지만, 정작 그 능력은 드라마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읽어 사람과 자연을 소통하게 하고, 시대를 미리 보는 예언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당초 설정된 ‘대풍수’ 속 풍수지리가의 모습이었지만, 이들이 정작 드라마 속에서 펼친 능력이란 권력가들의 암투에 소스를 제공하거나 인물 사이의 애정 갈등을 고조시키는 질투심 유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날선 풍수지리 지략 대결이 사라진 자리에 놓인 건 고려말 실권을 쥔 이인임(조민기 분)과 수련개(오현경 분)와 같은 인물들의 무소불위 권력 다툼이었고, 이는 극이 중반을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원나라의 폭정을 비롯해 자꾸 피폐해지기만 하는 백성들의 삶이 수많은 희생과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새로운 이상향으로서의 조선이라는 기획의도는 이 같은 권력다툼 전개에 집중하느라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당초 기대감을 모았던 청룡, 백호, 주작, 현무와 같은 사신(四神)을 비롯해 음양오행과 같은 동양 사상에 기초한 현란한 CG 등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주인공 지상을 비롯해 그의 조력자이자 연인인 해인(김소연 분), 풍수지리가이지만 지상과 반대편에 선 정근(송창의 분) 등과 같은 인물들은 온전한 자기 스토리를 갖추지 못해 시청자의 공감 또한 얻지 못했다. 인물들은 수없이 등장하고 퇴장했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산만한 전개가 이어질 뿐이었다.
극 후반부 ‘대풍수’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갔지만 한 번 빼앗긴 시청자의 관심을 결국 되찾지 못했다. 
조선 건국의 신호탄이 된 위화도회군이라는 굵직한 사건을 첫 방송 시퀀스로 등장시키며 야심찬 출발을 알린 ‘대풍수’는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이겠다는 욕심이 지나쳐 용두사미 결말로 퇴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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