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영이형 기사 좀 써줘요", "혁민이가 에이스이니까 혁민이 기사 쓰셔야죠".
친형제 이상의 우애를 자랑한다. 한화 좌완 투수 윤근영(27)과 우완 투수 김혁민(26)은 서로를 치켜세워 주는데 여념이 없다. 서로 자기 자신을 홍보하기보다 아끼는 선배와 후배 칭찬에 더 열중한다. 겉으로는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낸 남다른 우애가 있기 때문이다.
윤근영과 김혁민은 1년 선후배 사이다. 윤근영이 200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1년 유급한 김혁민이 2007년 2차 1번 전체 5순위로 한화에 들어왔다. 두 투수 모두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였지만 껍질을 깨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2007년부터 주로 2군에서 함게 시간을 보낸 두 투수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의지하고 보내며 희망을 다졌다.

1년 선배 윤근영은 "나와 혁민이가 2군에서 지낼 때 서로 많이 의지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이제는 둘 다 1군에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혁민도 "근영이형이 빨리 1군에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올해는 우애 깊은 두 투수가 드디어 함께 비상할 해가 될 조짐이다. 그것도 둘 다 선발투수로 한화 마운드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입지를 다진 김혁민이 외국인 투수들을 뒷받침하는 3선발이자 토종 에이스로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고, 윤근영도 유력한 5선발 후보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김혁민은 지난해 32경기에서 8승9패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 냈다. 보여지는 성적 이상으로 투구내용이 좋았다. 선발 21경기 중 12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했고 그 중 9경기가 7이닝 이상 던진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였다. 류현진이 빠져나간 가운데 토종 에이스로 뜨고 있다. 윤근영은 "혁민이의 멘탈은 현진이 이상"이라며 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데뷔 후 7년간 승리가 없었던 윤근영도 지난해 18경기에서 2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시즌 막판 선발투수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펼쳤다. 제구가 안정된 그는 투심성 공을 실전에도 쓰기 시작하며 위력을 떨치고 있다. 김혁민이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를 빗대 "윤기우치"라고 부를 정도. 김혁민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윤근영이 작년 박찬호 만큼 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김응룡 감독도 "기존 투수 중에서 윤근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혁민과 윤근영이 선발진에서 자리를 잘 잡아줘야만 올해 한화도 승부를 한 번 해볼 수 있다. 자기 자신보다 서로를 더 아끼는 '아름다운 선후배' 윤근영과 김혁민이 함께 한화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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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