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나훈아 부부, '이별보다 더 아픈 것은? 외로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2.08 08: 14

[유진모의 테마토크] 나훈아와 정수경 씨는 지난 1985년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부부인데 현재 피고(나훈아)와 원고(정 씨)로 나뉘어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으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412호 법정에서는 이에 관한 공판이 있었다. 당사자들 대신 법정대리인들이 나선 가운데 공방이 벌어졌다. 양상은 뻔하다. 정 씨는 이혼도 하고 재산도 많이 물려받고자 했고 나훈아 측은 더 이상 못주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날 재판의 핵심은 결혼생활 파탄의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였지만 정작 양측 법정대리인은 양육비 및 생활비 지급 등을 놓고 첨예한 대결을 펼쳤다.

정 씨 측 주장의 핵심은 지난 2007년 8월에 있었던 아들의 결혼식에 나훈아가 참석하지 않았으며, 나훈아가 2011년 7월 생활비를 송금해준 뒤 그 이후로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돈을 주지 않고 있지만, 나훈아는 아들의 결혼식 직전까지 7개월간 해외에서 4번 이상 체류했다는 것이다.
나훈아 측의 주장은 당연히 원고의 입장과 달랐다. 2007년 8월 나훈아가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보스턴을 찾았지만 정씨 측으로부터 참석을 거절당했고 그해 11월6일 금전 문제로 통화해 싸운 뒤 3년간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나훈아는 돈도 줄 만큼 줬다는 주장이다. 2011년 4월 11일부터 27일 사이 17만 달러를 송금했고, 같은 해 7월 6일 1만 달러의 수표와 일정 금액을 보탰지만 다음 날 7일 정씨가 이혼해 줄 것을 통보했고 8월 12일 이혼소송을 제기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정 씨의 일방통행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이혼을 요구하던 정 씨가 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태도를 바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으니 부양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진심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지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밝히며 정 씨가 살고 있는 집을 포함해 700만 달러(약 80억 원)의 재산을 제공했고, 2007년 집을 떠날 때도 8~10억 원의 금액을 건넸다고 최대한 책임감있게 노력한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의 '감정적 싸움은 자제하고 법리적으로 해석하자'는 중재안에서 보듯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은 특히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이는 한때의 사랑이 증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1985년 결혼할 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믿음의 레벨지수는 극대치였을 것이다. 나훈아는 여배우 김지미와의 한 번의 아픔이 있었기에 정 씨와의 결혼은 더욱 절실했고 그래서 그 어느 누구보다 더 강력한 진심이었을 것이다.
정 씨 역시 마찬가지다. 나훈아는 인기도와 신비스런 존재감으로 한국가수 중 단연 최고다. 게다가 당대 최고의 톱여배우 김지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정도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절정인 매력의 남자다. 그런 멋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감에 들떴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결국 두 사람은 파국까지 왔다.
물론 결혼한지 30년이 다 돼가는 60대의 남편과 50대의 아내가 지금까지 예전의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에게는 최소한 그 혼인관계를 유지해야 할 공동의 책임은 있다. 그런 면에서 일단 파경의 1차적 책임은 가장인 나훈아가 져야 한다.
정 씨는 두 사람의 깨진 관계가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나훈아의 아내로서 사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 씨는 나훈아가 대스타인 줄 모르고 결혼한 게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욱 그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이혼의 사유는 지극히 궁색해보인다.
하지만 나훈아가 1차적 원인제공자일 가능성도 높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훈아가 돈문제 외의 결정적인 정 씨의 핸디캡을 들고 나왔을 테니까.
톱가수와 자상한 남편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다 잘하기는 쉽지 않다. 나훈아가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세월이 정 씨의 애정을 식게 만들고 지치게 했을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나훈아의 책임으로 돌려도 정 씨에게역시  미심쩍은 점이 조금은 없지 않다. 우선 결혼생활의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아무리 나훈아가 일이 바쁘고 자유분방한 연예계 생리에 익숙해져있어 가정에 소홀했다고 치더라도 그게 정 씨가 이혼을 주장할 결정적 이유가 되기 힘들다. 왜냐면 정 씨도 가수출신이기에 연예인의 생활패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나훈아가 어떤 사람인지는 세상 천하에 아주 적나라하게 공개돼있기 때문에 결혼하고나서 '그럴 줄 몰랐다'는 핑계를 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훈아는 '연예인 나훈아'를 유지해야 돈을 벌고 자신의 만족도와 성취감 그리고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바빠야 정상이다. 일이 바쁘다면,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살아야 한다면 어차피 아내의 만족도에 맞춰서 완벽하게 가정적일 수는 절대 없다.
게다가 현재 언론 등에 드러난 보도만 놓고 따진다면 돈문제도 그리 맑아보이지는 않는다. 나훈아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8~90억원대의 부동산 및 현금이 정 씨에게 건네졌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다. 통상적으로 법정은 위자료를 책정할 때 아내의 노동력 및 재산형성 기여도를 반영한다. 나훈아의 재산이 얼마건 나훈아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히 정 씨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판단한 걸로 미뤄 짐작된다.
두 자녀는 독립했거나 자기앞가림은 할 만한 나이가 넘었다. 그렇다면 한 남자의 아내로서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림까지 한 대가의 수치는 누구보다 정 씨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정 씨는 아들의 결혼식에 나훈아가 참석 못하도록 막았다고 한다. 아무리 이혼한 사이라고 해도 자식의 결혼식에는 밉고 싫어도 각자 부모의 자리를 차지하게 돼있다. 그것은 두 사람은 이혼할지라도 두 사람이 그 자식의 부모인 것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은 끊을 수 있어도 부모자식의 관계는 한 번 맺어지면 세상이 두쪽 나도 불변이다. 정 씨의 행위는 지극히 감정만 앞세운 아집일 뿐 한때 꿈만 같았던 부부관계를 깔끔하게 끝맺음하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가고 증오와 후회만 남았다. 
사랑은 사랑할 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반쪽'을 선사하지만 그 사랑이 식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원수'를 데려온다.
마더 테레사는 '당신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과 헤어질 때는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정 씨의 나훈아에 대한 증오와 미움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서는 그닥 현명해보이지 않는다.
나훈아는 자작곡 '무시로'에서 '이별보다 더 아픈 게 외로움'이라고 노래했다. 두 사람이 이혼하더라도 나훈아는 음악이 있어서 덜 외로울 것이다. 이혼에 승자와 패자가 있을 리 없지만 최소한 재산분할소송에는 존재할 것이다. 돈으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재벌도 자살한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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