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청담동 파리바게트 사장님이라고요?"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2.09 12: 03

구원(救援):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거나 구하여 줌.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배우 구원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연기를 통해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거나 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름 때문에 어디 가서 나쁜 짓도 못하는 만큼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마음 또한 불끈불끈 든다”고도 덧붙였다. 지난달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진희 김지운, 연출 조수원)를 통해 연기의 첫 발을 뗀 그는 배우로 첫 언론인터뷰를 소화하며 이 같은 원대하고도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 ‘청담동 앨리스’로 드라마 첫 데뷔다

정말 재밌게 촬영해서 종영이 많이 아쉽다. 그간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드라마를 접했는데, 이번엔 작품 속 인물이 되어 그 속을 거닐고, 또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백스테이지를 직접 경험하며 느끼고 생각한 게 많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내게 ‘청담동 앨리스’는 많은 것을 알게 해주고 또 연기에 대한 사랑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해 줬다.
- 무얼 그렇게 많이 배웠나?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인데,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가 실전에서 펼쳐지더라. 특히 드라마는 전공하는 연극이나 영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많아 순발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촬영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은 이미 그런 준비가 다 돼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과 호흡을 맞추며 내 부족한 부분을 많이 깨달았다.
 
- 호민이라는 역할이 그런데 다소 찌질했다
철없는 귀여운 막내 동생 같은 캐릭터였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밉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재벌가로 시집간 누나의 재력을 통해 빵집을 운영하는 인물인데 캐릭터 설정이 극 초반과 달라져 다소 아쉽기는 하다. 원래는 극중 러브라인이 있어서, 누나 윤주(소이현)에게 철없이 굴어도 세경(문근영)의 동생인 세진(혜정)과 관계가 발전하면서 사랑받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설정이었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시청자 반응과 같은 실시간으로 변화를 주는 요인이 생기다 보니 그 점이 생략돼 호민이가 꽤 괜찮은 남자라는 걸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
 -SNS에서는 파리바게트 사장님으로 불리더라
호민이, 또는 윤주 동생으로만 생각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웃었다.
- 종영 이후 호민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았을까?
철이 들었을 것 같다. 누나가 이혼을 선택하고 청담동에서 나왔는데 마냥 철부지 동생으로 누나에게 의지만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지 않았을까?
 
- 첫 작품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혼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촬영한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니까 생각만큼 그 과정이 힘들지 않더라. 촬영장에서 나 때문에 모든 촬영이 딜레이 되고 스태프들을 고생시키는 상상도 해봤는데 다행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웃음) 
- 어떻게 배우가 됐나?
어릴 때 막연히 꿈은 꿔봤는데 학구적인 분위기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배우란 내 것이 아닌 길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뉴질랜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유학을 했는데 그곳 한인교회를 다니면서 성극을 처음 접하고 연기의 매력을 알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처음 하면서 배우가 돼야겠다는 결심 했다. 당연히 아버지께서는 반대하셨는데 아들이 워낙 조르는 걸 보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 한 번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참으로 감사하게도 원하던 학교에 붙었고 지금은 부모님의 열렬한 응원 속에 연기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 ‘청담동 앨리스’를 본 부모님의 반응은?
‘청담동 앨리스’를 정말 열심히 챙겨보고 좋아해주신다. 많이 나오지 못했는데도 그 모습만으로도 함박웃음 지으시는 모습을 보고 다른 게 효도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지금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어떻게 만났나?
그 과정도 한 편의 영화 같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는데 그러다 모처럼 학교에 갔다가 지금의 기획사 식구와 우연한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하정우 선배와 김강우 선배가 후배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의 전설로 불리던 때였는데, 학교 앞 카페에서 과 친구들과 두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어떤 여성으로부터 명함 한 장을 받았다. 그 분이 현재의 소속사에서 일하고 계셨던 분이었고, 소개로 나무엑터스에 들어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과의 만남 전에 내가 인터넷으로 나무엑터스에 신인배우 지원을 한 상태였고 합격통보도 받았더라. 나는 내가 지원한 곳이 나무엑터스인지도 몰랐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내 이름이 구원이다. 본명 김태형이 흔해서 소속사와 상의 끝에 새 이름을 짓기로 했다. 그러다 멘토로부터 구원이라는 이름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회사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구원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이름이 지닌 뜻이 있는 만큼 내 연기를 통해 한 사람만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인기 스타도 되고 싶고 연기 잘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과 실망한 사람들의 마음에 구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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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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