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하는 류현진(26, LA 다저스)과 유니폼을 바꾼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의 2013년 활약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MLB 경력이야 차이는 있지만 새 구장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구장변수는 두 선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적어도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의 야구 시장이라 불리는 MLB답게 경기장도 가지각색이다. 펜스까지의 거리는 물론 고도를 비롯한 입지적 조건, 그리고 바람이나 습기와 같은 기후적 조건이 모두 다르다. 구장에 따른 변수가 아주 큰 영향을 발휘하지는 않는 한국프로야구와 차이가 있다. 때문에 이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수 친화적으로 알려진 다저스타디움과 투수들의 무덤 중 하나인 알링턴 볼파크를 오고간 박찬호가 하나의 사례다.
그렇다면 류현진과 추신수의 구장 궁합은 어떨까. 구장별 투·타 친화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파크 팩터를 활용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기록에 다소간 맹점은 있지만 지난 성적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에서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기록이다. 미 판타지 정보 제공 사이트 로토월드가 지난해 성적을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다년간 구장 요소에 대입한 결과 홈 경기장은 두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나타났다.

파크 팩터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타자들이 힘을 낸 것으로 볼 수 있고 아래면 그 반대다. 류현진이 홈으로 쓸 다저스타디움은 96으로 지난해 타자보다는 투수들이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값 기준으로 뒤에서 8번째였다. 지난해까지 좌우 97m, 중앙 114m의 대전구장을 썼던 류현진으로서는 좌우 101m, 중앙 120m의 다저스타디움이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추신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107로 쿠어스필드(콜로라도·120), 알링턴 볼파크(텍사스·112)에 이어 3위였다. 지난해까지 홈으로 썼던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는 93으로 리그에서 6번째로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이었다. 오른쪽 펜스가 짧은 것까지 생각하면 추신수의 성적 상승을 예상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시즌의 절반을 소화하는 홈구장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맞대결이 잦은 동일 지구내 타 구장들은 어떨까. 신시내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세인트루이스의 부쉬스타디움은 98(19위), 밀워키의 밀러파크는 104(8위), 피츠버그의 PNC파크는 93(27위),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필드는 98(18위)로 집계됐다. 밀러파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지난해 투수 쪽에 좀 더 유리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PNC파크는 타자들로서는 껄끄러운 대표적인 구장이었다.
류현진은 극과 극을 오고 간다. 지구 1위를 놓고 다툴 것이 확실시되는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는 지난해 88의 파크 팩터를 기록해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으로 평가됐다.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 역시 92로 전체 27위로 투수친화적이었다. 반면 투수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콜로라도의 쿠어스필드는 무려 120으로 압도적인 타자 성향을 드러냈고 애리조나의 체이스필드 역시 106으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
물론 좋은 선수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실력이 있다면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다. 다만 두 선수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원정 적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지난해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홈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에서는 5승4패 평균자책점 3.24였다. 대비는 필요하다. 특히 MLB 첫 시즌을 맞는 류현진에게 더 중요한 명제가 될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