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녀석들, 외압 논란에 “잘 놀았어?”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2.10 08: 04

2012년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뜨겁게 달궜던 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꼭 1년 만에 무대에서 내려온다. ‘한숨대신 열정으로’를 외치며 ‘개콘’ 녹화장을 뜨거운 열기로 꽉 채우던 ‘용감한 녀석들’의 양선일, 박성광, 정태호, 신보라가 10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코너를 통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사랑을 받았다. 코너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는 스트레스가 무거웠지만, 마지막 녹화를 하고 내려와서 선배들의 얼굴을 보니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 생각났다. 시원섭섭하다.”(신보라)
“행복했던 1년이었다. 내가 언제 또 가수들과 나란히 서볼 수 있겠나. 더 즐길걸 그랬다.”(박성광)

양선일이 그날의 화두를 던져주면 박성광과 정태호, 신보라는 각각 PD와 정치인, 연예인을 향한 돌직구 용감한 발언으로 매주 화제를 모았고, 일회성 개그를 넘어 보여준 뛰어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OST와 정규 앨범 등을 출시, 정식 가수로도 활동하며 늘 관심의 대상이 됐다. 때문에 ‘용감한 녀석들’은 각종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이들의 용감한 발언에 가장 큰 타깃이 된 사람은 정태호였다. 정태호는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박근혜 님, 잘 들어.(중략) 코미디는 절대 하지 마’라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를 두고 방송법 제100조 1항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비춰 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판단, 행정 지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때문에 정권 교체와 맞물려 ‘용감한 녀석들’이 폐지되자, 일각에서는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태호는 “말도 안 된다”며 “방송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 아버지의 외압이 있었다. 아버지가 ‘이제 그만하라’고 하셨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팀의 맏형 양선일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 명씩 붙잡고 설명할 수는 없다. 시원섭섭함보다 시원함이 더 크다”며 ‘용감한 녀석들’을 통해 각종 논란에 휘말렸을 당시 겪었을 마음고생을 가늠케 했다.
 
이들은 앞서 한 힙합가수가 개그맨들의 힙합 장르 영역 침범에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을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용감한 녀석들’은 곧장 록버전으로 콘셉트를 바꾸고 가수 은퇴 선언을 하며 “음악에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냐”고 말해 맞대응으로 비쳐졌지만, 정태호는 “3개월 전부터 콘셉트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며 오묘했던 시기와 맞물려 일이 커졌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태호는 “그림을 바꿔야 했지만 완전히 변화해야 하니까 힘들었다. 변화는 숙제였다. 록 다음에 트로트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질 적으로 중요했다. 코너가 6개월만 넘어도 장수코너라고 얘기한다. 시청자도 변하길 원하는데 우리는 콘서트 등 개그 이면의 것들을 너무 많이 했다”고 그 동안의 고민을 전했다.
또 박성광은 “‘용감한 녀석들’을 하면서 좋은 일도 많았는데 논란만큼 부각이 안 된다. 음원 활동, 콘서트 활동 등으로 발생한 수익금 2억여 원을 기부했다. 좋은 점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이들은 ‘용기백배’ 콘서트를 통해 대학생에 등록금을 기부하는 선행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양선일은 “코너를 하면서 우리 콘서트를 했던 게 가장 기억이 난다. 우리 이름을 딴 객석에 만 명이 넘는 관객이 와서 즐겨줬다”고 덧붙였다.
 
매주 용감한 발언으로 시청자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던 ‘용감한 녀석들’은 1년 동안의 노력을 지난해 말 ‘2012 KBS 연예대상’의 최우수 아이디어상으로 보상받았다. 박성광은 “너무 간절했던 상이었다. 일년 동안의 결과였고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정말 ‘네가지’ 팀이 받을 줄 알았다. 그래서 리액션이 엇갈렸다.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못해 얘기도 잘 못했다”고 웃음 지었다.
2012년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낸 이들. 신보라는 코너를 마무리 하며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넓은 마음으로 개그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박성광은 “잘 놀다 갑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거듭 전했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를 외치던 용감한 녀석들은 “개그맨으로서 경험하지 못할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 더 재밌는 새 코너로 웃음을 드리겠다”고 시청자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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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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