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이만수의 ‘마이웨이’, 그 길의 끝에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2.10 06: 39

“항상 먼저 시작해서 한 소리를 들어요”. SK가 2013년을 힘차게 열던 그 때쯤, 이만수(55) SK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한국프로야구가 바뀔 수 없어요”라는 확신에 찬 어투가 돌아온다. 돌이켜보면 그 때가 이 감독이 ‘마이웨이’를 외쳤던 순간이었다.
이만수 감독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본의 아니게 SK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간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고 있어서다. 한국프로야구의 일반적인 정서를 생각하면 ‘파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자신의 지도철학을 꿋꿋하게 밀고나가고 있다. 장애물이 많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앞만 보고 가는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해 마무리 훈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감독은 고심 끝에 몸이 좋지 않았던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을 한국에 남겼다. 자율적으로 몸을 추스르고 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때 이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했다. 반강제적인 마무리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스스로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또 그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이 미래지향적이라고 믿었다.

자율만 준 것은 아니었다. 책임도 엄격하게 물었다. 이 감독은 체성분 테스트를 도입해 플로리다 전지훈련 인원 결정에 참고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핵심이라고 해도 가차 없이 한국에 남겼다. 기준을 놓고 잡음이 심했다. 팬들의 후폭풍도 거셌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재활차 미국으로 떠난 6명의 투수까지 한국으로 돌려보내며 확고한 의사를 전달했다. 초강수였다.
그 외에도 이 감독의 ‘의지’는 선수단 곳곳에서 드러난다. 캠프 훈련방식은 이미 지난해부터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팀 훈련을 최소화했고 나머지 시간은 선수들 스스로가 설계하게끔 했다. 초창기에는 선수들이 어리둥절했을 정도로 낯선 방식이었다. 대신 휴식일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작년에는 하루, 올해는 코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틀이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 자율적으로 몸을 만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이러한 훈련방식까지 모두 메이저리그(MLB) 식이다.
올해는 경기 스타일도 바꾸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 감독은 올해 미국인 지도자인 맥스 베너블을 타격코치로 데려왔다.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라”고 항상 강조하는 이 감독의 지론을 뒷받침할 조력자다. 인스트럭터로 초청된 조이 코라 또한 이 감독의 의중이 깊게 스며든 인사다. 코라 인스트럭터도 캠프 내내 “공격적인 배팅, 공격적인 주루”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감독은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어린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의 이러한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을 뿐이다. 이 감독의 지도철학은 다른 지도자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아무래도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쌓은 무대가 달라서일 것이다. 이 감독은 현역 은퇴 후 국내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았다.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미국에서 수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메이저리그(MLB)라는 큰 무대의 사상이 깊숙하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외부에서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간 SK는 김성근 전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의 조련 방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그 지도방식의 정반대에 위치하는 이 감독이 팀을 개편하고 있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분명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그 방식’으로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경험한 팬들의 거부감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이를 종합하면 SK의 2013년은 그 어느 해보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SK는 2012년을 과도기적 성격으로 보냈다. 어느 쪽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였다. 일반적인 잣대에서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됐건 현재 팀을 이끄는 수장은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의 색이 완벽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좋은 성적은 어렵다. 2013년은 이 과제의 진척도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가 될 공산이 크다.
모든 팀들과 지도자의 목표는 똑같다. 좋은 성적이다. 다만 그 길을 향해 가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불리 말할 문제는 아니다. 여기서 이 감독은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의 개척을 선언했다. 스스로 시험대에 올랐고 올해는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 개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 감독의 자율야구는 스스로의 말대로 ‘한국프로야구를 바꾸는’ 히트 상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과연 이 감독이 가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과정보다는 2013년 성적이라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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