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경기를 앞두고는 말이 없어졌다".
지난 시즌 K리그 우승을 일궈낸 FC서울의 2년차 주장 하대성(28)이 라이벌 수원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서울의 전훈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서 만난 하대성은 "주장으로서 수원전을 이기기 위해 별짓을 다 해봤다"며 "수원을 향해 도발도 날려보고, 선수들을 모아놓고 긴 이야기도 해 보고…그런데 소용없더라. 결국 말이 점점 없어졌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과 수원은 프로축구계에서는 유명한 라이벌 관계다. 빨강(서울)과 파랑(수원)으로 대비되는 유니폼 색깔처럼 극과 극이다. '슈퍼매치'로 불리는 둘의 맞대결이 K리그 최고의 흥행보증수표이자 세계에서 알아주는 더비매치로 손꼽힐 정도다.

하지만 서울은 지난 시즌 수원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수원을 이기겠다는 열망은 그만큼 강해졌다. 주장이었던 하대성에게 수원전 패배는 더욱 스트레스였다. 하대성은 "수원에게 지면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중요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독려하는 게 필요했다"며 "다행히 수원전 패배 이후에도 연패에 빠지지 않아 우승의 바탕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마음은 하대성이 달랬지만, 주장 하대성의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고민이 있어도 털어놓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던 하대성은 주장이라는 자신의 직함을 잊고 감정이 폭발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수원에게 지고 나서 순간 감정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관중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는 것. 하지만 박태하 수석코치가 라커룸으로 가는 통로에 서서 하대성의 팔에 있는 주장 완장을 가리키며 그라운드로 돌아가 인사를 하라고 말했다. 하대성은 "그 때 주장은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고 전했다.
하대성은 오는 2013시즌에도 주장을 맡았다. 그는 "선수생활을 통틀어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는데, 그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최용수 서울 감독을 찾아가 2013시즌 주장을 다른 선수에게 맡겨주십사 부탁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선택은 역시 하대성이었다. 고참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했다는 칭찬이 뒤를 따랐다.
하대성은 이제 주장을 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대성은 "선배들을 잘 따르고, 후배들에게는 먼저 말을 거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론과 함께 "선수들과 돈독함을 위해 밥을 많이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지난 시즌 연봉이 다 밥값으로 나갔다"는 자신만의 팁을 전했다.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하대성은 어느덧 주장에 가장 적합한 선수가 되어있었다.
FC 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