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3년차라고 말한다. 난 2년차가 아니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 첫 해 홈런왕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넥센 4번타자 박병호(27). 홈런·타점·장타율 3개타이틀에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쥔 2012년은 그에게 큰 영광이었지만, 이제는 앞으로 계속 마주해야 할 하나의 벽이다. 지난해 성적으로 박병호는 명실상부 리그 최정상급 타자 반열에 올라섰고, 매년 그에 준하는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하지만 박병호는 스스로 이 같은 부담에 자신을 가두려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박병호는 코치진의 별다른 지시나 간섭 없이 자신의 페이스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미 알려진대로 올해는 나 스스로 페이스를 맞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껏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데뷔 첫 규정타석과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환상적인 해를 보낸 박병호에게 올해는 상대의 견제가 집중될게 자명하다. 첫 성공을 거둔 선수에게는 이른바 '2년차 징크스'의 덫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들이 이듬해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2009년 KIA 김상현과 2011년 삼성 최형우는 홈런왕을 차지한 이듬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일부러 2년차가 아니라 3년차라고 말한다. 2011년 넥센에 트레이드 된 때를 시작으로 3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2년차가 아니다"며 웃은 뒤 "2년차 징크스를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올해 목표를 볼넷왕으로 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홈런·타점 같은 수치를 목표로 잡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겠다는 데에는 나쁜 볼에 말려들지 않고 팀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의미도 있다. 박병호는 "볼넷 얻으려면 공에 대한 참을성이 좋아야 한다. 유인구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볼넷을 얻는 게 좋다"며 "뒤에 강정호라는 좋은 타자가 있기 때문에 내가 볼넷을 많이 얻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볼넷이 팀과 개인에게 주는 효과를 역설했다.
기술적으로는 '레벨 스윙'을 완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병호는 전형적인 거포답게 아래에서 위로 크게 퍼올리는 어퍼 스윙이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레벨 스윙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이를 완성하기 위한 연습에 매진 중이다. 그는 "작년부터 레벨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중앙·우중간으로 밀어치는 홈런이 많았는데 작년에는 당겨친 게 많았다. 레벨 스윙으로 비거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2011년 박병호가 친 홈런 13개 중 좌측으로 잡아당긴 게 4개였지만 지난해는 홈런 31개 중 18개가 좌측으로 넘어갔다. 비율이 30.8%에서 58.1%로 급상승했다. 그는 "레벨 스윙으로 비거리가 늘어났을 뿐만 몸쪽 공에 대한 대처도 좋아졌다. 올해는 레벨 스윙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지난해처럼 루상에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는 지난해 도루 20개를 기록하며 생애 첫 20-20클럽에 가입했다. 1루수로는 1988년 해태 김성한 이후 사상 2번째였다. 이에 박병호는 "글쎄, 올해는 잘모르겠다. 작년에 20개 도루 모두 사인대로 뛴 것이다. 올해도 사인이 나면 열심히 뛰겠다"며 웃었다. 박병호에게서 부담감이라는 그림자는 전혀 없었다. 2년차 징크스는 말 그대로 기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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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프라이즈=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