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눈도장을 받아라'.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가 드디어 스프링캠프 입성했다. 바티스타는 지난 10일 나하 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가 캠프 시작 초반이었던 지난달 23일 합류한 것에 비하면 늦게 가세했다.
바티스타의 합류를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김응룡 감독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바티스타의 투구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했다. 바티스타 재계약도 사실 김 감독이 아니라 구단이 결정한 것이었다. 시즌 막판 빛나는 호투로 미국과 일본의 러브콜을 받던 바티스타였고, 구단이 먼저 움직여 일찌감치 재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 그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김 감독은 캠프 시작 전부터 "외국인 투수들도 빨리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브랜드는 김 감독의 의중대로 일찍 합류했고, 불펜 피칭을 통해 김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두 눈으로 보지 못한 바티스타에 대해 김 감독은 "직접 봐야지"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바티스타의 캠프 합류가 늦은건 정해진 스케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시즌을 앞두고 고국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지난해에도 바티스타는 조금 늦은 2월5일 캠프에 합류했지만, 곧바로 불펜피칭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자랑하며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한 바 있다.
올해 한화에서 바티스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화는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류현진·박찬호·양훈이 모두 전열에서 이탈했다. 특히 에이스 류현진의 공백은 쉽게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올해는 바티스타가 해줘야`한다. 경력이 화려한 이브랜드도 아직 한국에서는 검증된 게 없다.
바티스타는 올 겨울 두 가지 테마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 가장 먼저 체력 강화. 작년 선발 전환 후 10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2.41로 위력적인 피칭을 펼친 바티스타는 체력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을 마친 뒤 그는 "헨리 소사(KIA)처럼 선발로 길게 던질 수 있는 체력을 기르겠다"며 체력 강화훈련에 들어갔다.
또 하나는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 서클체인지업의 장착이다. 지난해 한용덕 투수코치가 시즌을 마친 뒤 도미니카에서 직접 1대1로 전수한 바 있다. 바티스타 스스로도 "긴 이닝을 던지려면 떨어지는 공이 필요하다. 체인지업을 연습하겠다"며 시즌 막판 동료들에게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컷패스트볼 그리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라면 환상의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완급조절로 긴 이닝을 던지기에 적합한 구종이라는 점에서 바티스타의 선발로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김응룡 감독은 "외국인 투수라면 최소 10승 이상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바티스타가 류현진이 떠난 한화 마운드의 새로운 에이스로 최소 10승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먼저 김응룡 감독 눈도장을 받는 게 과제. 한 번 꽂힌 선수를 계속해서 밀어주는 김 감독 특성상 바티스타로서는 좋은 첫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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