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의 공격 축구가 베일을 벗었다.
부산은 지난 10일(한국시간)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구정컵 2013(China Mobile Satellite Communications Cup) 예선 홍콩 리그 베스트 11과의 경기에서 신인 이정기의 선제골, 한지호의 추가골, 임상협의 쐐기골로 3-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오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대회 결승에 오른 부산은 앞서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를 4-1로 꺾은 상하이 이스트아시아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이날 경기는 부산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질식수비'로 불리던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공격축구'로의 체질 개선에 나선 윤성효 감독의 첫 공식 경기였기 때문이다.
부산은 8일 홍콩에 입성했다. 대회 엔트리가 20명인 만큼 태국 전지훈련을 통해 살아남은 정예 멤버를 걸러냈다. 시즌을 앞두고 가지는 첫 공식 경기에서 윤 감독의 축구는 어떤 선수들로 첫 공식전을 펼칠지 기대를 모았다.
예상대로 공격적이었다. 최전방에 활동범위가 넓은 신인 이정기를 내세웠다. 이어 왼쪽부터 임상협, 윌리암, 김응진, 김익현, 한지호가 뒤를 받쳤고 장학영, 이정호, 박용호, 유지노의 수비진이 투텁게 늘어서며 골키퍼 이범영의 부담을 줄였다.
이정기는 최전방 일선에서부터 적극적인 수비에 나서며 전반 4분만에 선취골을 뽑아냈다. 상대 수비수의 패스가 짧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윌리암과 한지호는 상대 페널티박스를 부지런히 오갔고 김익현과 김응진은 빠른 수비 전환으로 부산 미드필드진을 더욱 강하고 스피드하게 만들었다. 이정호와 박용호는 번갈아 센터백을 보면서 오버래핑에 나선 장학영과 유지노의 빈틈을 성실하게 메웠다.
후반에는 파상공세를 펼친 상대에 다소 밀렸다. 임상협의 쐐기골이 나오기까지 2-1로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새롭게 투입된 방승환, 박준강, 정석화, 이종원, 파그너 등이 기존의 공격 흐름을 유지했다. 수비진에서 다소 흔들렸지만 역습을 통해 상대 공격진에 부담을 안겼다.
느린 템포로 진행됐던 부산의 축구가 한층 빨라진 스피드를 탑재, 윤 감독이 말해오던 "좀 더 공격적인 축구, 미드필드에서부터 압박해가는 축구"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지칠줄 모르는 신인들과 베테랑들의 경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되고 더불어 백업 멤버들의 기량도 동반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 감독은 경기 후 "상대성도 있겠지만 축구경기는 골 넣기 경기다. 골이 들어가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될 수 있으면 공격적으로 하길 원한다. 선수들도 적응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특히 신인 발굴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신인들 정석화, 박준강, 이정기는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충분한 기량을 갖췄다. 잘 뽑은 것 같다"면서 "경쟁이 된다. 기존에 있는 선수 안일하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특출한 선수는 없지만 기량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강점"이라고 흐뭇해 했다.

하지만 "지금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동안 팀이 너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해왔다. 이것을 바꾸려다보니 쉽지가 않다"면서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후반 실점한 것이 아쉽다. 훈련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부산은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을 더 보충해야 한다. 또 주전 미드필더 박종우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징계위원회 출석차 팀을 떠나 있는 상태다.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감독은 이와 더불어 좀더 공격적인 성향을 선수들에게 심어주려 하고 있다.
한편 부산은 이번 대회 결승전에 진출함에 따라 준우승 상금인 1만5000달러를 확보했으며 2만5000달러의 우승 상금까지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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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컵 2013 첫 경기 후 인터뷰 중인 윤성효 부산 감독(위), 부산 아이파크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박준강-정석화-이정기 신인 3인방(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