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태, "상무서 실명위기, 그래도 군대는 잘 갔다왔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2.11 08: 32

"왼쪽 눈의 망막이 찢어졌었다. 조금만 더 심했으면 실명이 될 뻔 했다. 그래도 군대는 잘 갔다온 것 같다".
전북 현대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권순태(29)가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전북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잡은 권순태는 2010년까지 전북서 뛰다 2011년과 2012년 병역의무를 위해 상주 상무서 뛰다가 지난해 말 복귀했다. 지난해 막판 2경기를 전북 소속으로 뛰었지만, 전북에서의 제대로 된 시즌은 2013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는 크다. 전북 골대의 상징이었던 권순태와 40대의 노장 최은성(42)의 조합은 경험과 기량의 조화로 전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권순태도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군 입대 전의 전북과 후의 전북이 많이 달라졌다. 팀의 위상과 개개인의 능력, 명성 등이 모두 높아졌다"며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잘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순태는 약 2년 여의 군생활로 마음가짐과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이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군 제대 후에 생겼다.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의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상무에서의 2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부상이 권순태를 괴롭혔다. 무릎 부상은 물론 왼쪽 눈은 실명 위기에까지 처했다.
"상무 1년 차 훈련소 생활 직후 오른쪽 무릎이 다쳤다"고 밝힌 권순태는 "2년 차 들어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나태함과 조급함으로 정신력이 약해졌다.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갖다가 5월 말이 되서야 2군경기에 참가했다. 그 경기서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눈의 망막이 찢어졌다. 조금만 더 심하면 실명이 될 뻔 했다"며 "레이저 치료 등으로 완치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은 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한 것처럼 권순태도 실명의 위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모든 운동을 쉬면서 1달 이상 계속 치료만 했다"는 권순태는 "무서웠다. 실명으로 이어졌다면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해야 했다는 것에 힘들었다. 4개월 정도 쉬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돌아보면 결국 그 시간을 통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한 배움도 있었다. 권순태는 "나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경기를 뛰면서 문제가 됐다. 몸상태가 제로에 가까우면서 경기에는 나가고 싶어했다"면서 "하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만 있지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정신적인 문제로 감독님께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한 것 같다. 군대에서의 이런 사건 등을 겪으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됐다. 결과적으로 군대에 잘 갔다온 것 같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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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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