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등짝에 붙어있던 이름표를 내주던 만만한 ‘기린’ 이광수는 없었다.
이광수는 지난 10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황정민, 유재석, 박성웅, 송지효 등과 함께 배우팀에 속해 김종국, 지석진, 하하, 포미닛 현아, 개리 등의 가수팀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대결은 각 팀의 스파이인 송지효와 개리의 방해를 뚫고 총 7개의 가방을 먼저 차지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이광수는 게임 중반부까지 팀장 황정민으로부터 유재석과 함께 스파이로 의심을 받으며 가방의 위치를 알지 못해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파이가 두명이라는 사실도 인지를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스파이인 송지효가 김종국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며 유재석과 이광수를 제거하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은 철저히 게임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됐다. 늘 그랬듯이 이광수가 허무하게 이름표를 떼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연히 유재석과 이광수가 아무도 찾지 못한 금색 가방을 찾았고 뒤늦게 송지효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황정민이 가방의 모든 위치를 알려주면서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 펼쳐졌다. 유재석, 황정민이 나란히 탈락한 가운데 배우팀은 최약체 이광수만 남았다. 가수팀은 김종국과 지석진이 살았으니 우승은 물건너 간 것처럼 보였다.
이쯤되면 가수팀의 승리가 확실했다. 그런데 이광수는 오히려 자신의 이름표를 들이밀며 떼라고 강짜를 놓았다. 이광수의 이름표를 떼면 김종국과 지석진은 우승을 하기 위해 숨겨진 가방을 찾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결국 김종국과 지석진은 가방의 위치를 알기 위해 이광수를 살려줬다. 이광수는 그때부터 순진한 얼굴로 다른 가방을 찾는 동시에 안심하고 있는 김종국과 지석진의 이름표를 떼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가방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이광수가 다른 두 사람을 속이고, 발빠르게 이름표를 떼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겼다. 그동안 지석진과 함께 다른 멤버들에게 쉽게 이름표를 내주며 ‘이지 브라더스’로 불리고, 게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이광수의 반전 드라마는 이날 ‘런닝맨’의 가장 큰 웃음포인트였다.
‘런닝맨’에서 다소 허술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그가 만든 의외의 우승이었기에 재미는 배가됐다. 다른 멤버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뛰어난 활약은 이광수의 게임을 이끌어가는 지략과 그동안 쌓아놓은 예능감이 밑바탕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이광수. 그가 '런닝맨'에서 보여준 반전드라마에 오랜 만에 시청자들이 제대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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