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총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그간 인수나 재 창단 형식이 아닌 순수한 창단의 의미로서 새로운 식구를 리그 안으로 맞아들인 것은 1986년(빙그레 이글스)과 1991년(쌍방울 레이더스) 두 차례다.
1986년 빙그레는 제7구단으로, 1991년 쌍방울은 제8구단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KBO 1군 리그에 각각 첫 문패를 내걸었었다.
쌍방울의 경우는 물론 1990년 공식적으로 2군 리그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정식 회원사로 인정 받았지만, 1군 경기에 처음 합류한 해를 기준으로 본다면 시작점을 1991년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2013년 올해 제9구단 자격으로 1군 정규리그에 족적을 남기게 된 NC 다이노스는 쌍방울 이후 무려 22년 만에 어렵사리 얻게 된 새 식구인 셈이다.
과정상 2015년으로 예정된 제10구단 KT의 본격 승선이전까지 홀수구단으로 리그를 치러야 하는 과도기적 문제점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신생 팀 NC의 등장은 야구팬들에게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설렘은 어쩌면 잠깐일 수 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신생 팀 NC의 푸른 유니폼에 낯이 익게 되면 다음으로 NC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성적이다. 이는 NC 스스로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겠지만, 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안정된 NC 성적의 조기 연착륙 문제는 결코 가벼이 생각할 사안은 아니다.
신인 우선 지명권과 각 구단 보호선수 외의 지명 그리고 FA로 영입한 즉시 전력감 확충, 여기에 총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더해 어느 정도 기본 전력의 틀을 갖추긴 했지만 올 시즌 NC가 어떠한 수위의 성적을 기록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과거 역사 속 신생 팀이었던 빙그레와 쌍방울이 1군 데뷔 첫 해에 남겼던 성적표를 통해 NC가 이뤄내야 할 성적의 마지노선이 대충 어디쯤인지를 가늠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1986년 충청지역을 연고로 정한 제7구단 빙그레는 배성서 감독을 초대감독으로 초빙하고, 이상군, 한희민, 전대영, 김상국, 강정길, 이강돈, 이중화 등의 신인 선수, 각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해 온 성낙수, 김성갑, 박찬, 김한근, 황병일(이상 삼성), 이석규, 천창호, 김재열, 이광길(이상 롯데), 김우열, 김일중(이상 OB), 유승안, 김종윤(이상 해태), 오문현(청보) 등과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장명부(청보)를 근간 전력으로 1군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 해 개막 2연전에서 MBC에 2경기 연속 1점 차 석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고 시즌을 시작한 빙그레는 전기리그 54경기에서 12승 42패(승률 .222)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내몰리고 마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수없이 얻어맞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긴 빙그레는 이어진 후기리그에서 분전 속에 무려 7승을 더해 총 19승 34패 1무(승률 .358)로 성적을 쭉 끌어올리며 청보를 밀어내고 탈 꼴찌라는 놀라운 전과를 이루어냈다. 물론 전,후기를 통합한 승률에서는 108경기에 2할 9푼이라는 저조한 승률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향후 빙그레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첫 해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빙그레는 이듬해인 1987년, 총 108경기에서 47승 57패 4무(승률 4할 5푼 4리)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청보를 누르고 6위를 차지했고, 데뷔 2년 만인 1988년에는 5할 7푼 9리의 승률(리그 2위)로 일약 한국시리즈 진출을, 1989년에는 6할대의 승률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등,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한편 1991년 전북을 프랜차이즈로 김인식 초대감독의 지휘아래 1군에 입성한 제8구단 쌍방울은 시작부터 팀 이름만큼이나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출발했다. 총 126경기에 52승 71패 3무를 기록, 승률 4할 2푼 5리라는 전혀 신생 팀답지 않은 전과를 올리며 고참 OB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7위에 등극(?)했다. 5년 전 빙그레가 거둔 첫 수확량에 비하면 대단히 놀라운 성적이었다.
당시 쌍방울은 2년 연속으로 신인을 무려 10명씩 우선 지명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부여 받았는데, 기존 구단의 1차 우선지명이 1명으로 줄어든 덕분으로 조규제와 김기태 등, 뛰어난 신인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2군 리그에서 1년간 전력 조율과정을 거치며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 다음 1군에 올라왔다는 점도 첫 해 성적에 플러스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쌍방울의 분전은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이후 쌍방울은 1996년 리그 3위로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이전까지 5년 동안 하위권을 줄곧 벗어나지 못했다. 1992년~1995년에 걸쳐 쌍방울은 단 한번도 4할대 승률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리그 순위를 나열하면 ‘8-7-8-8’. 5년 도합 꼴찌 3번에 7위 2번의 긴 침체기를 걸어야 했다.
이제 궁금한 것은 NC의 2013년 성적이다. 과거의 전례에 비추자면 NC 역시 하위권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래 들어 삼성과 SK, KIA와 두산 그리고 롯데 등,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팀들의 전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고착화되는 경향이 짙은데다가, 아직은 일부 포지션에서 확고부동한 주전급 선수의 보강이 미완성인 점, 장기레이스를 치르는데 있어 필수적인 백업 선수층의 빈약 등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예상은 그저 예상일뿐, NC가 기대이상의 실력을 발휘해 중위권 또는 상위권으로 단번에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지만, 현실적인 예상을 기준으로 NC가 일단 넘어서야 할 하한선 부근의 승률을 가늠해보면 대충 4할 전후로 예상된다.
다승제에서 승률제로 회귀한 2005년 이래 2012년까지 8년간 하위권을 기록한 7, 8위 팀들의 승률 분포를 살펴보면 3할 4푼 6리~4할 8리의 범위 안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5할대 승률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선으로 잡는다면 4할 5푼~9푼대의 승률은 5, 6위권으로 어림잡을 수 있다.
같은 기간(2005~2012)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2006년 두산(승률 .512)과 2008년 한화(승률 .508)뿐이다. 반면 롯데는 2009년 5할 승률에 1승이 부족(66승 67패)한 4할대의 승률(.496)로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구단으로 기록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통계수치에 의하면 NC는 3할 5푼 정도를 하한선으로 잡고 위로는 4할 9푼, 좀더 욕심을 부리자면 5할까지를 상한선으로 해서 목표성적을 잡아보는 것이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예상치는 2년 후 제10구단의 자격으로 1군 리그에 동참할 예정인 수원 KT의 2015년 기대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