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 대회를 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조직위의 큰 걱정거리는 선수들의 참가의욕이 매 대회마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수백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특급 메이저리거들은 대표팀 참가를 부담스러워하고, 구단 역시 선수 차출에 반대한다.
메이저리그 뿐만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도 대회를 앞두고 선수 구성에 있어서 홍역을 겪었다. 1,2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의 기대감은 올라갔지만 선수들의 참가 의욕은 그에 반비례했다. 수차례 대표팀 명단이 교체됐고 결국 마운드에서 약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WBC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톱 스타들을 끌어당길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회 대회는 4강 진출 후 병역특례가 적용됐지만 2회 대회부터는 상금과 FA 자격일수 감소가 전부다.
국가를 대표해서 WBC에 나가는 것은 분명 큰 영광이다. 문제는 선수가 대표팀에 소집돼 출전했을 때 잃는 것도 분명히 있다는 점.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을 일찍 시작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정규시즌에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작 정규시즌 성적이 떨어진다면 연봉과 직결되기에 선수들로서도 WBC 대표팀으로 출전하는게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세 명의 핵심선수는 대표팀 소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본인의 영광으로 삼았다. 바로 이대호(오릭스), 강민호(롯데), 윤석민(KIA)이 그 주인공이다.
이대호는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한 해외파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신시내티)와 류현진(LA)은 팀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오릭스와 2년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 타점왕을 차지하며 일본 프로야구에 연착륙한 이대호는 올 시즌까지 활약을 이어가면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벌써부터 요미우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선수 본인에게는 중요한 한 해를 앞두고 있지만 이대호는 WBC 출전을 개인의 영광으로 삼았다. "나라를 대표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게 영광이다.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것이 이대호의 각오다. FA를 앞둔 것에 대해서도 그는 "FA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국제대회는 나 혼자 잘 한다고 성적이 나는 게 아닌데 팀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간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호 역시 마찬가지로 올해가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병역을 마친 20대 국가대표 포수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벌써부터 역대 FA 최고액 경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올 시즌 성적이 그 만큼 중요하다. 자칫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정규시즌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강민호는 팀의 1차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에서부터 국가대표 소집을 대비해 혹독한 체중감량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해 왔다.
"특별히 FA에 대한 의식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강민호는 "어차피 국제대회는 이기는 게 전부다. 그걸 감안해 대회에 임한다면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 개인 성적도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2011년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던 윤석민은 올해가 끝나면 FA 자격을 얻어 자유롭게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평생의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이 올 시즌 성적에 달려있다.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오히려 WBC 출전이 윤석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제대회에서 눈도장을 찍을 기회다. 그는 "(스카우트들이 이미)내 좋은 무습과 안 좋은 모습을 다 봤을 것"이라면서 "그저 100% 내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 보다는 대표팀 우승을 앞세운 WBC FA 3인방, 그들의 각오가 대표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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