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살벌하다.”
실전과 동시에 본격적인 생존경쟁도 서막을 열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LG가 11일 일본 프로야구 한신을 맞아 올해 처음으로 실전을 치렀다. 비록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됐지만 LG는 1회초 경기 시작부터 5점을 뽑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5점을 내준 한신 선발 후타가미 가즈히토는 경기 직후 2군으로 강등되었다.

최정예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1번부터 8번 타자까지 타석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였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대형 서동욱 문선재 황선일 손주인 조윤준 모두 안타 혹은 볼넷으로 출루해 한신 선발을 무너뜨렸다.
LG는 많은 선수들이 이미 전지훈련 이전에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었고 1차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에선 계획보다 2주 빠르게 페이스가 올라왔다. 한 선수의 말에 의하면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한신전 선발 명단 발표에 모두의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기 후 다시 훈련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날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타자는 물론, 출장해 활약한 타자들까지 부지런히 배트를 휘둘렀다. 경쟁자의 연차나 1군 경기 출장 횟수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모두가 자리를 꿰차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의 기량향상만 바라봤다. 적자생존 속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본능이 LG 선수단에 가득했다.
지난 시즌 프로 데뷔 후 최다인 75경기에 출장, 타율 2할9푼8리를 올리고 후반기 주전포수로 활약한 윤요섭도 긴장감을 드러냈다. 윤요섭은 타격 훈련에서 쉬지 않고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리며 “현재 컨디션 최고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갈수록 경쟁 분위기가 뜨겁다. 정말 살벌하다”고 전지훈련 풍경을 전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7일 1차 사이판 전지훈련을 마친 소감으로 “선수 중에 부상자가 전무하고 페이스도 예상보다 빨리 올라오고 있다”며 “작년에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너무 커서 주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이판 훈련을 통해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됐다. 때문에 기존 1군 선수들은 물론, 주전들까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획과는 다르게 2차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앞두고 전지훈련 중도탈락자를 없앴다. 오히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선수 3명을 더해 선수단 규모를 키웠다. 실전을 바탕으로 한 무한 경쟁이 오키나와에서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즉, 이제는 언제든 예고 없이 중도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
사실상 현재 LG에서 확실하게 주전을 꿰찬 선수는 4 ,5명에 지나지 않는다. 얕은 선수층으로 시즌 중반만 되면 한 없이 무너졌던 LG에 살벌한 생존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LG는 비로 노게임된 한신전을 메우고 실전을 통한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2일 일본 지바 롯데와 연습경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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