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한국식 룰5 드래프트로 불리는 2차 드래프트는 2년 주기로 열리게 되며 프리에이전트(FA) 자격권을 행사하는 선수들을 제외한 각 팀 당 40인 보호선수 외 유망주나 만개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드래프트다. 새로운 살 길을 찾아주기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11월 첫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김성배는 일약 팀의 필승 계투로 자리잡았고 NC 유니폼을 입은 전체 1순위 조평호(전 넥센), 2라운드 이재학(전 두산) 등은 신생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베테랑 최동수(LG)도 SK에서 2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난 후에는 10구단 KT의 선수수급과 연관되어 또 한 번 활발한 2차 드래프트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2차 드래프트의 맹점은 없을까.

최근 일부 구단은 3년차 이하의 신예 선수들 일부를 신고선수로 전환하기도 했다. 당장 1군에서 활약하기 어렵고 더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속내는 정규 선수 엔트리에서 제외해 2차 드래프트의 화살을 피하고자 하는 뜻도 숨어있다. 신고선수도 2차 드래프트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타 팀들은 대체로 연습생인 신고선수보다 정규 엔트리에서 선수를 찾게 마련이다. 팀에서 미리 유망주의 가치를 급락시켜 타 팀의 관심도를 줄이려는 책략이라고 볼 수 있다.
2011 첫 2차 드래프트를 돌아보면 3년차 미만의 지명 선수들도 많았다. KIA의 2라운드 외야수인 이경록(당시 삼성)은 1년차 외야수였고 LG가 지명한 KIA의 윤정우(상무)도 1년차 선수였다. 윤정우의 경우 원광대 시절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선수로서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했으나 40인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못했고 가능성을 높이 산 LG가 재빠르게 낚아챘다.
뿐만 아니다. 이재학의 경우도 지명 당시 2년차 투수였으며 KIA가 지명한 내야수 백세웅(전 롯데), SK 외야수 김도현(전 넥센), 삼성이 지명한 KIA 우완 우병걸(경찰청)은 모두 1년차 선수들이었다. NC 특별지명으로 가세한 삼성 윤영삼도 지명 당시 1년차 투수였다.

당장 전 소속팀의 1군 전력은 아니었으나 전도유망한 유망주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신인이 첫 해부터 1군에서 맹활약을 떨치는 경우가 드물어진 리그인 만큼 ‘3년 정도는 성숙기를 거쳐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전 소속팀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뺏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NC 외야수 오정복(전 삼성, 경찰청)처럼 군입대를 앞둔 선수의 보류권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1~2년차 선수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근 3년차 이하의 유망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신고선수 계약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만약 탈2군급 성적을 올릴 경우 소속팀은 2군에서 한 시즌을 풀로 보내게 한 뒤 2차 드래프트가 열리는 11월을 피하고 이듬해 1월 31일 정식 선수로 등록한다. 이 경우 팀은 유망주를 크게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지킬 수 있다. 유망주의 연봉은 2000만원대로 유지하며 선수를 지킬 수 있는 편법이다. 구단은 유리하지만 선수에게는 턱없이 불리한 환경이 된다.
이렇게 되면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은 신고선수라는 족쇄 속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나이가 차 더 이상 소속팀에서 큰 기대가 필요 없어진 선수들이 2차 드래프트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나 전환된 신고선수를 많이 보유한 팀이 굳이 선수 한 명 당 1~3억원을 주고 20대 중후반, 30대 선수를 지명할까. 자칫 드래프트의 의도 자체가 퇴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메이저리그 룰5드래프트는 마이너리그에서 3년 이상 뛴 선수(18세 이전 입단 선수는 4년 이상)로 기준을 두고 있다. 반면 국내 2차 드래프트에는 아직 그 연차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제도 시행에 앞서 제대로 명기되지 않은 사항으로 인해 키워야 할 선수를 일찍 뺏긴다면 각 구단들의 육성책도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좀 더 명확하게 수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유망주들, 그리고 정말 새 소속팀이 절실한 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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