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태, "실점이 서비스? 가장 화나는 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2.12 06: 59

"3-0·4-0으로 이기고 있다가 골을 내주면 팬들이 가끔 서비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화나는 말이다".
권순태(29, 전북 현대)가 생애 두 번째 리그 우승을 위해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2006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권순태는 첫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2009년에는 K리그서 우승을 차지했다. 권순태도 기록상 커리어 하이(30경기 28실점)였던 2010년보다 K리그 우승을 경험한 2009년을 더욱 높게 생각하고 있다.
권순태는 "2010년은 부상 때문에 최고의 한 해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쉬움이 더 많은 한 해였고, 2009년이 최고의 한 해였다"며 "나에게 주어진 한 경기가 있다면 그 한 경기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가 최고가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목표다. 경기에 출전한다면 0점대 실점률은 당연하다"고 이번 시즌 목표를 설정했다.

정신적인 무장도 확실하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생긴 것이다. 권순태는 "파비오 감독대행님이 선수단에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했는지 물어봤다. 손을 들다보니 난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우승을 모두 했다. 하지만 (최)은성이형은 없었다. 은성이형은 K리그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면서 "나도 간절함을 가지고 어느 대회든지 항상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의 자리와 우승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든든한 롤모델도 함께 해 권순태는 기쁘기만 하다. 바로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최은성. 권순태는 "은성이형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항상 '은성이형과 함께 한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형이 전북에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의 출전 여부가 걱정되기 보다는 그저 좋기만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은성이형한테 농담으로 '난 형 등에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아 먹을꺼야'라고 한다. 은성이형한테는 배울 것이 너무 많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정식적인 것과 경기력, 기술적인 것 등 배울 것이 매우 많다. 특히 정신적인 것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은성이형을 보면서 나도 나이를 먹었을 때 은성이형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2년 동안 전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장 권순태의 앞에서 상대 공격수들을 저지할 수비라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정인환이 6년 만에 복귀했고, 이규로와 이재명 등 새로운 선수들도 많이 합류했다. 게다가 파비오 감독대행도 '닥공(닥치고 공격)'과 함께 '닥수(닥치고 수비)'를 함께 외치며 수비에 비중을 높일 것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권순태는 "수비진과 호흡은 큰 걱정이 없다. '닥수' 또한 마찬가지다. 강팀은 공격할 땐 공격, 수비할 땐 수비, 공을 점유할 때는 확실하게 점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닥공과 닥수는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파비오 감독대행의 생각과 궤를 같이 했다.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권순태의 승부욕도 불탔다. 당연히 실점과 관련된 것이었다.
권순태는 "내가 가장 화가 나는 상황은 3-0, 4-0으로 이기고 있다가 실점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승리를 해야 하는데 느슨함 때문에 실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기록적인 것도 있지만 한 골에 대한 소중함을 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면서 "팬들은 가끔 그런 상황에서 실점을 하면 '서비스'라고 말을 하는데 나게는 가장 화나는 말이다. 나에게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한 골이다"고 덧붙였다.
리그 우승에 대해 권순태는 자신만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우승은 모든 선수의 공통적인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우승은 선수들만의 간절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팬들도 선수와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한 팀이고 한 가족이다. 못할 때 질책도 필요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응원해주면 한다. 물론 장기간 못한다면 질책해야 하지만 개구리가 점프를 하기 위한 움츠림이라고 믿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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