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로 나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공 하나를 던져도 혼을 담아서 던질 것이다".
'그랜드슬램'을 선언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12일 WBC 1라운드가 벌어질 대만으로 떠난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대표팀 투수조 맏형 서재응(36,KIA)은 "마지막 대표팀이라는 각오로 4강 이상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서재응은 발목 부상을 당한 홍상삼(두산)을 대신해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승 8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태극마크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뻔했던 서재응이다. 후배를 대신해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서재응은 "태극마크는 항상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서재응은 선발 보다는 중간계투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도 "선발로 나가는 건 아니지 않겠냐"면서 "중간계투로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투구수 제한도 있기에 일구일구에 혼을 불어넣어 던진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투수조 맏형이기에 후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임무까지 짊어 진 서재응이다. 하지만 그는 "국가대표로 뽑혀서 나온 선수들은 각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다. 내가 따로 분위기를 잡지 않더라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할 것"이라고 후배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서재응이 생각하는 1라운드 최고의 경쟁자는 대만이다. 그는 "네덜란드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전력이 많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대만은 항상 우리와 라이벌이었다. 1라운드에서 대만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최종 목표는 일본을 잡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WBC 공인구도 변수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 공으로 경기를 했었던 서재응은 "확실히 한국공에 비해 미끄럽다"면서 "그렇지만 경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송진을 묻히거나 땀을 내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뒤늦게 소집된 대표팀이지만 서재응은 준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보를 늦게 받아 몸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그래도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을 모두 소화했다. 현재 몸은 75~80%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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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