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극장가는 저마다의 색깔이 뚜렷한 영화들의 격돌이 예상된다. 저마다 독창적인 시나리오-연출로 무장한 개성있는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2월의 극장가는 로맨틱 코미디도 평범하지 않다. 배우 이시영-오정세 주연의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감독)가 그 주인공. 언뜻 보면 2월 14일을 노린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물 같지만, 평범한 흔녀의 성공기에 '남자사용설명서'라는 특이한 소재를 더해 색깔있는 작품이 완성됐다. 여성들이 평소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감가게 잘 표현했고 주제의식 역시 높이 살만하다는 평. 톡톡 튀는 유머감각도 볼 만 하다.
뒤이어 오는 21일에는 의심과 분노, 피가 난무하는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 두 영화 사이에는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이라는 점과 연출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장기를 가지고 있는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분노의 윤리학'(방명랑 감독)은 개봉 전부터 뛰어난 시나리오로 주목받았던 작품. 미모의 여대생 살인사건에 나쁜 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그리고 제일 나쁜 여자가 얽히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색을 그렸다. 연출을 맡은 박명랑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연출부 출신 신예 감독으로 "이겼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의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한다"라며 특별히 캐릭터 연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신세계'(박훈정 감독)는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담당했던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인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합세해 화제가 됐다. 남자들의 세계를 치밀한 시나리오에 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박훈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최대 범죄조직에 잠입한 형사와 이를 설계한 형사 과장과 범죄 조직 사이의 음모와 의리, 배신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오는 28일에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로 주목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팬들의 입장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 신예 미아 바시코브스카, 연기파 배우 매튜 구드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그리며 머릿속에 떠올렸던 배우들이 실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황홀해 할 만한 작품. '스토커'는 선댄스 영화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후 제 42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기대작이다. 박찬욱의 색깔이 미국의 풍경과 할리우드 배우들을 통해 어떤 색깔로 재탄생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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