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액션 잘한단 말, 정말 기분 좋아요"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2.12 15: 16

이미 수없이 들은 칭찬에 익숙할 법도 하건만, 배우 하정우는 "액션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면 기분이 정말 좋다"라며 웃어보였다. 그가 이번 영화 '베를린'(류승완 감독)을 통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베를린'으로 할리우드의 '본'과 비견되며 한국 액션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하정우.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신경썼냐고 묻자 그는 "요원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 해야겠다, 그럴싸하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동작 하나하나가 그런 (전문적인)사람스럽게 표현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분한 '고스트'란 수식어로 불리는 북한 요원 표종성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살인 무기다. 하정우는 액션 스쿨 사람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정두홍 무술 감독에게서 몸을 쓰는 것, 무술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세세한 육체적인 움직임 하나하나를 배우며 그 역시 액션에 제일 주력했다고 전했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왜 이 분야의 독보적인 사람인지도 알게 됐다고. 그는 정 감독에 대해 "액션의 합과 편집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에 정말 놀랐다"라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영화에서 총을 쏘고 거친 맨 몸 액션을 펼치고 와이어로 날라다니는 하정우이지만, 정두홍 무술 감독에 따르면 그는 의외로 겁이 많았다. 이에 하정우는 "에이, 단지 의심이 많은 것 뿐이다"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는 이어 "내가 원래 롤러코스터 타는 것도 싫어한다. 의심이 많아 와이어 더블 체크를 많이 한 것 뿐이다. 하하. 정 감독님은 매일 그걸 갖고 놀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의심'(?)을 딛고 선보인 액션은 결실을 맺었다. 하정우는 새롭게 얻은 '액션 배우'란 타이틀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액션 배우란 타이틀이 정말 좋다. 이런 액션신을 소화했고, 또 잘 했다고 해 주시면 가장 기분이 좋다. 사실 제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라며 "액션팀 40여명이 투입돼서 정말 함께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다. 이 팀 그대로 영화 '군도'(차기작)도 연습하고 있다. 정말 이 영화의 숨은 1등 공신은 액션스쿨 멤버들이다. 난이도 있는 액션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 분들이다"라고 액션 스쿨팀에 자신이 받는 칭찬의 공로를 돌리기도 했다.
액션 외에도 화제가 된 하나. 바로 이젠 하정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먹방'(먹는 방송)이다. 오죽하면 30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편집됐던 하정우의 먹는 신이 공개될 정도였을까.
이에 대해 하정우는 "한 번도 먹는 장면을 의식하거나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것이 이슈가 될지는 상상 조차 못했다. 그런대 관객분들이 재미있어 하시니 '베를린' 때는 조금 의식되기는 했다"라며 '베를린' 촬영 당시 이런 '먹방' 때문에 닥친 딜레마를 들려주기도 했다.
"시나리오 설정은 바게트 빵만 돼 있는데, 먹방을 의식해서 바게트 빵만 뜯으면 작위적일 것 같더라고요. '사실 잼을 바르는 게 맞는건데'라고 생각했어요. 먹는 연기도 사실적으로 느껴져야 하는 거니까요. 사실 먹는 연기도 다 상황의 흐름이 있어요. 영화 '황해' 때는 김 먹는 장면이 상대방의 말을 사실 자르는 행위였어요. '범죄와의 전쟁' 때는 최민식 선배가 앉아도 되냐고 할 때 거부의 의미로 소주 가글을 한 것이고요. 먹는 것도 의사소통의 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유난히 입이 상하로 많이 벌어져 더 맛있어 보인다는 반응에는 "최화정 누나가 '넌 얼굴 큰 것 고마워해야해. 얼굴이 커서 표정 연기가 더 살아나고 잘해보이는 거야. 넌 그걸 장점이라고 생각해야 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덧붙인 말. "제가 사실 일반적인 사이즈인데 다른 배우들이 너무 작은 게 아닐까요. 남자 얼굴이라면 이 정도 사이즈는 돼야죠 하하."
차기작인 사극 영화 '군도'에서는 국밥을 한 번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바람도 있다고 하자 "안그래도 먹는 장면이 있다고 하더라. 나도 궁금하다"라고 답했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서는 '입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그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아나운서인데, 1페이지에서부터 94페이까지 전부 말의 액션, 즉 입 액션이다"라고 말해 '베를린'과 사뭇 다른 연기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하정우는 지난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부터 '베를린'까지 7여년동안 거의 한 텀도 안 쉬고 연기를 해 왔다. 연기가 노는 것이고, 연기가 쉬는 것이며 영화 현장 자체를 좋아한다는 그에게는 이런 다작이 당연한 것이란다. 여기에 한층 더 스스로 파이팅하기 위해 첫 장편영화 연출까지 도전했다. 배우 류승범이 겪은 이야기를 원안으로 만든 영화 '롤러코스터'가 그 작품이다. 한 마디로 열정의 아이콘이다.
"'베를린' 마치고 방학 같은 몇 개월의 휴식이 주어졌어요. 여행갈까 단기 어학연수를 갈까 그림을 그릴까 등 수많은 생각을 하며 계획을 짰어요. 북경, 파리, 뉴욕, 코사무이 등 가볼 나라들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아니면 여러 나라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로 짤까도 고민했죠. 그것도 아니면 비공식 국토대장정을 또 갈까, 란 생각도요. 그런데 다 훅 안땡기더라고요. 뭘 할까 고민 하다가 스스로 '7년동안 달려왔는데 또 새롭게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배우로서 가장 힘든 부분은 뭘까?'라고 생각했죠.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과의 소통이더라고요. 스스로 파이팅을 하려면 '내가 한 번 영화를 찍어봐야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정말 쉽지 않았어요. 투자사들한테 전부 까이고, 주변에서 악담과 저주를 하며 다들 왜 하냐고 말렸지만  어느 날 산책길에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도전하는 사람'이란 메시지를 지닌 간판을 보고 결심했어요. 연출 작업을 통해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치기어린 허영심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습니다. 신인 때 오디션 보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더라고요."
하정우, 우리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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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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