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고, 걸음마 단계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넥센 '핵잠수함' 김병현(33)이 올 시즌 첫 실전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천천히 몸 상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넥센 코칭스태프도 서두르지 않는다. 김병현은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 빌리파커필드에서 열린 NC와 연습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예정대로 1이닝만 던진 김병현은 볼넷 하나를 내줬을 뿐 안타와 실점없이 막았다. 1회 1번타자 마낙길을 1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차화준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김병현은 포수 박동원의 총알 같은 2루 도루 저지로 한숨을 돌린 뒤 모창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총 투구수는 13개.

경기 후 넥센 이강철 수석코치 겸 투수총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어떻다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전제한 뒤 "좋은 밸런스에서 편하게 공을 때리는 투구폼을 일정하게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피칭을 마친 뒤 김병현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자 이강철 수석코치도 "긍정적으로, 편하게 생각해라"고 주문했다.
이강철 수석은 "김병현은 중간 투수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팬들도 중간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김병현의 선발 기용을 암시한 뒤 "지금 당장 몇 승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느낄 때 1군에서 던져야 한다. 굳이 개막이 아닌 5월 또는 6월이라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을 때 1군에서 선발을 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 그리고 강윤구와 장효훈을 선발로 낙점했다. 대체 선발 및 롱릴리프 후보로도 김상수·김영민·조상우·노환수가 준비 중이다. 이강철 수석은 "선수 본인이나 벤치 모두 개막 때 합류하는 것을 최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개막에 맞춰 급하게 1군에 올라와 맞는 것보다 완벽한 상태로 확실하게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전설적인 언더핸드 투수였던 이강철 수석은 김병현의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찾는데 힘쓰고 있다. 이 수석은 "나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도와주러 온 것이다. 김병현이라는 선수가 쉽지는 않지만, 나 역시 같은 언더핸드 투수로서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 있다. 혼자 일방 통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마음으로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훈련을 열심히 해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말릴 정도"라며 웃은 이 수석은 "지금의 부드러움에 파워를 더해야 한다. 지금은 공을 강하게 때리는 과정에 있다"며 "앞으로 연습경기를 통해 조금씩 이닝을 늘려가며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완벽해질 때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14일 NC와 3번째 연습경기에도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완벽한 김병현을 만들기 위해 넥센은 다시 인내심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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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프라이즈=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