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이 지난 12일 16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지난 2009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3년5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 밤을 화끈하고 때론 가슴 따뜻한 토크 향연으로 물들이기까지 약 1000여 명의 출연자를 ‘강심장’에 불러 모은 건 오롯이 연출자 박상혁 PD의 몫이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연수차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하루 전날까지 ‘강심장’ 녹화를 진두지휘하며 프로그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했다. 녹화하다 너무 떨려 중간에 가버린 출연자를 비롯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실려간 출연자까지 3년5개월 간 "별에 별 일"이 다 벌어졌지만 박 PD는 이 마저도 "추억"이라고 말하며 진정한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다.
- 3년 3개월을 마무리 한 소감은?

“방송 날은 아침부터 그 다음날 오전까지 2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는데 5년 만에 화요일 밤에 푹 잘 수 있게 됐다(웃음).”
- 뭘 하느라 잠을 그렇게 못 자나?
“방송 타는 동안은 모니터 하고, 마친 이후엔 인터넷에서 밤새 시청자 반응을 체크하다 그 다음날 오전 6시 40분께에 시청률을 보고 잠들었다. 우리 방송이 편성 문제로 한 회 결방되더라도 상대편 방송 체크하느라 마찬가지로 잠을 못 이뤘다. 병이다(웃음).”
- PD의 삶이 그런가?
“메인PD가 되고 나서 ‘앞으로 네가 모든 걸 책임지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밤에 잠이 안 오기 시작한 것 같다. 일은 물론 조연출 때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줄지만 정신적으로 매어있는 게 크다. 특히 ‘강심장’은 출연자가 많다 보니 요구사항도 그만큼 늘어서 유독 잠자기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 ‘강심장’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강심장’은 기존과는 다른 토크쇼에 대한 갈망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사람 보다 이야기가 더 중심이 되고, 여성적이고 정적이기 보다 남성적이고 화려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의도 하에 기획됐다. 당시 유행한 게 MBC ‘놀러와’나 SBS ‘야심만만’ 같은 소규모 게스트를 불러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식의 토크쇼였다. 하지만 ‘강심장’은 각자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판정을 받는, 그 당시 유행과는 다른 확실히 강하고 남성스러운 면에 방점을 찍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방송을 기획하며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었다.”
- 확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연출생활을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주말 버라이티로 옮겨가고 그러다 음악순위프로그램을 했다. 이후 만난 게 ‘강심장’인데 첫 토크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보니 선입견이 없었고 제약을 모르니 신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하면서 동기부여가 확 되는 프로그램이 좋은데 ‘강심장’이 내게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즐겁게 의욕적으로 연출했다.”
- MC 신동엽과 이동욱과의 호흡은?
“웃음의 강도로는 신동엽을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워낙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었기 때문인가 보다. 또 방송 경력이 많고 눈치가 빨라서 모든 출연자들의 상황을 귀신같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또 배려하는 스타일이라서 게스트가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에 맞게 리액션을 해서 토크를 살려준다. 이동욱은 MC로 발탁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보석 같은 진행자다. ‘강심장’은 출연자가 워낙 많아서 누가 누구를 챙겨주지 못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동욱은 오자마자 잘하더라. 기본적으로 유머가 있는 사람이다.”
- ‘강심장’을 문 닫는 기분은?
“내 인생에 ‘강심장’ 같은 프로가 또 없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름 걸고 한 프로가 4년 넘게 사랑 받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다. ‘강심장’은 잘 될 때나 씹힐 때나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좋은 평가를 받기 전에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건 보편적 오락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사회가치에 반하는 게 아니라면 예능이든 막장 드라마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자체로 인생을 걸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강심장’ 마지막 방송을 미국에서 보겠다
“최후까지 열심히 하겠다. 내가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미국에서라도 편집을 맡아서 마지막까지 시청률을 올려 강호동 씨를 이기겠다(웃음).
- 연수 이후 돌아왔을 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입사할 때 산 차를 최근에 팔았다. 98년에 SBS에 입사하면서 산 차인데 중고차 가게에서 10만 원을 주더라. 그러면서 문뜩 내 인생이 전환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 가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할 텐데, 그 시대에 가장 핫한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지난해 SBS ‘힐링캠프’가 우리 사회에 힐링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tvN ‘응답하라 1997’과 영화 ‘건축학개론’이 90년대도 복고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것처럼 2013년의 유행과 흐름이 뭘까를 찾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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