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표팀에 합류했던 김보경(24)은 대단한 경험을 했다. 세계 최강인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그동안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와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김보경은 '내가 이정도로 축구를 못하는구나 범접할 수 없는 존재구나'라고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 대결서는 더 큰 절망에 빠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사령관인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와 경기를 펼쳤기 때문.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축구를 잘한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정말 저런 사람들에게 축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보경은 정신없이 축구 선수생활을 보내고 있다. 특히 대표팀서도 꾸준히 발탁되면서 공격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복잡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끝나고 슬럼프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많이 왔다. 작년 6월 대표팀에서 잘 하고 당시 소속팀이 있던 일본으로 돌아간 뒤 개인 사정으로 정신적인 타격을 입었고 올림픽 때도 그런 게 사실 남아 있었다. 카디프시티로 간 뒤 말도 안 통하고 적응에 힘을 쏟다보니 대표팀에서 잘 못한 것 같아 최강희 감독님께 죄송하고 그렇다. 이제는 정신적으로 좋아졌다. 내가 잘하면 월드컵도 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속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점점 페이스를 이끌었다. 물론 대표팀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팀인 카디프 시티에서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핵심적인 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대표팀서도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 받아온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기대감은 분명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전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그는 박지성과 만났다. 영국에 함께 있지만 지리적으로 멀어 만나기 쉽지 않았다. 당시 치료실에 있던 그는 박지성에 직접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숙소에 지성형이 놀러왔다. (손)흥민이와 치료실에 있었는데 '내가 말한 2명이 여기있네'라고 말하셨다. 그래서 나는 '형이 해주신 말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들 때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나 뿐만 아니라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지성형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만큼 내가 뛰어 넘을 수 없는 존재지만 꼭 뛰어넘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아직 박지성과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그는 박지성을 뛰어 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꼭 넘는다는 것이 아니다. 성실한 박지성처럼 최선을 다하다는 것이 김보경의 목표다.
일례로 김보경은 끊임없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다. 김보경은 일주일에 3~4차례 영어 공부를 한다. 대표팀에 와서도 그는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때 짬을 내 영어 공부를 한다. 그만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김보경의 준비는 끝이 없다. 이는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잘해야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았지만 끝을 위한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 김보경은 그렇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10bird@osen.co.kr
크로아티아전에 출전한 김보경/ 런던(영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