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오릭스)는 이번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유일한 해외파인 이대호가 유무형으로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상위 리그에서 1년간 뛰며 얻은 경험은 다른 나라 선수들을 상대할 젊은 대표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핵심 선수로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이대호와 이승엽, 그리고 김태균이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호의 또 다른 역할이 있으니 바로 선수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 이제는 대표팀에서 중고참이 된 이대호의 말을 감히(?) 따르지 않을 후배는 없다. 대표팀 주장은 진갑용이지만 그 아래에서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조율해야 할 선수가 바로 이대호다.
이미 롯데에 있을 때부터 이대호는 팀 내에서 중고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더십에 뛰어난 야구 실력까지 갖춘 이대호는 후배들을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다가가며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2011년 롯데 주장을 맡았던 홍성흔(두산)은 "대호가 다 알아서 해 준 덕분에 나는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대호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중고참으로서 이대호의 역할은 중요하다. 각 팀에서 핵심선수들이 뽑혀 모인 대표팀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불협화음이 일 수 있는데 이를 조율하기에는 이대호가 가장 적합하다. 실제로 12일 오후 타이완 타이페이 타오위안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에서 이대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보였다.
공항에서 대표팀 숙소가 있는 도류까지는 차로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 공항을 빠져 나온 선수들이 각자 갖고 나온 짐으로 입구는 혼잡했다. 비까지 내려 최대한 빨리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짐을 싣고 갈 소형 트럭 2대가 도착했지만 선수들의 짐이 엉켜 입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던 상황. 보다 못한 이대호는 후배 선수들에게 능숙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강)정호야, (김)상수야, 얼른 짐 싣어라. (손)아섭아, 니는 뭐하노"라며 이대호는 팔을 걷어 붙였다. 대표팀 선배인 이승엽(삼성)과 서재응(KIA)이 돕기 위해 다가오자 "선배님들은 오지 마시라"며 직접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롯데에서 이대호의 카리스마를 경험(?) 해 본 손아섭이 나서서 팔을 걷어 붙였고, 다른 젊은 선수들도 하나 둘 씩 일을 도왔다. 덕분에 대표팀은 빠르게 짐을 정리하고 도류로 떠날 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 대회들에 비해 투수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언제는 강팀 소리를 들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팀원이 하나로 뭉쳐야 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 아교 역할을 이대호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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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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