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하나도 안 먹었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은 큰 몸집과 두툼한 배가 인상적이다. 그와 관련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거대하고 뚱뚱한' 체격이었다. 그런데 다저스의 투수-포수조 스프링 캠프가 개막한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조금 야윈 모습이었다.
'혹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현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기 와서 5kg이 빠졌다. 인앤아웃 햄버거를 하나도 안 먹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동안 '햄버거 매니아'로 알려진 류현진이지만 그 맛있는 햄버거를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몸을 만드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다저스와 계약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온 뒤 본의 아니게 햄버거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트위터에 햄버거 먹는 사진을 찍었는데 공교롭게도 류현진 앞에 4개의 햄버거가 놓여있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이 '햄버거 4개를 먹어치웠다'는 추측이 퍼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내가 먹은 1개"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류현진이 햄버거를 먹지 않았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햄버거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그는 "캠프가 끝난 뒤 햄버거를 먹을 것"이라며 시즌을 앞두고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코와 턱에 수염도 듬성듬성 자란 류현진은 "깎을 것이다. 여기 있으니까 (외모는) 신경 안 쓰고 다닌다"며 웃어보였다.
한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처음 참가한 류현진은 "아무래도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시설이라든가 캠프장 크기 등이 한국과 전혀 다르다. 라커룸 자리나 공간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넓고, 선수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홈 경기장이 아닌 캠프 훈련장인데도 이렇게 좋다"며 인프라 충격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오전 훈련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 자리에 앉은 류현진은 "전체 투수들이 모여 첫 운동을 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운동을 했고, 큰 차이없이 비슷하게 하고 있다"며 "준비하는 과정은 한국보다 페이스가 조금 늦다. 한국에서라면 지금쯤 피칭을 할 정도인데 아직 여기에서는 천천히 하고 있다. 피칭 개수가 많지 않고, 페이스를 늦게 가져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는 24일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제는 뭔가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우리는 8명의 선발투수가 있고, 아직 어떻게 쓸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범경기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투수에게 기회를 주게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매팅리 감독의 말에 대해 류현진은 "이제 캠프를 시작했으니 여기서 무리하지 않되 보여줄 건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경쟁에서 이겨 높은 순번의 선발로 올라가겠다. 시범경기가 한국보다 많은데 그때 잘 던지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범경기부터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미국 취재진의 '선발이 아닌 불펜도 가능한가'라는 민감한 질문에도 류현진은 "그런 생각한 적 없다"는 단호한 말로 선발진 잔류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또 다른 미국 기자가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올 줄 알았는가'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향후 활약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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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