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야구야구]염경엽 감독, '텍사스 명장' 워싱턴 만난 사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2.13 06: 30

"웬 할아버지인줄 알았는데…".
지난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 빌리파커필드. NC와 연습경기를 앞둔 넥센 염경엽(45) 감독이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카트를 몰고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넥센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그 남자는 바로 텍사스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명장' 론 워싱턴(61) 감독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처음에는 왠 할아버지인가 싶었다. 그런데 뭔가 풍채가 예사롭지 않더라. 자세히 보니 워싱턴 감독이더라. 아시아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뭔가 또 다른 건 없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더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평소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유명한 워싱턴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미리 훈련장으로 합류했고,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는 넥센 선수단을 만나게 된 것이다. 넥센 이강철 수석코치는 "워싱턴 감독의 모습이 보이길래 선수들에게 더 강도 높게 훈련시켰다"며 웃어보였다.

워싱턴 감독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한 염 감독은 "훈련장을 빌려줘 감사하다. 잘 쓰고 돌아가겠다"는 감사를 잊지 않았고, 워싱턴 감독도 좋은 성적을 기원했다고. 넥센이 쓰는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는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고 있는데 텍사스 구단에서 넥센 선수단에 단체로 운동 복을 한 벌씩 돌릴 정도로 인심도 후하다. 염 감독은 워싱턴 감독과 기념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염 감독과 워싱턴 감독은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다. 2007년부터 텍사스 지휘봉을 잡은 워싱턴 감독은 사령탑 발탁 당시 깜짝 인사로 평가받았다.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을 뛰었지만 통산 타율 2할6푼1리 20홈런 146타점 28도루로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주로 백업 내야수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보냈다.
1990년 선수 은퇴 후 2년간 뉴욕 메츠 산하 싱글A 감독을 맡은뒤 2006년까지 11년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코치로 몸담았다. 오클랜드 시절 1루-3루 베이스코치를 오가며 수비를 전담했다. 그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텍사스 감독이 된 것이다. 물음표가 붙은 무명의 감독이었지만 그는 텍사스를 2010~2011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지휘했고, 7시즌째 팀을 이끌며 스타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염경엽 감독도 그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현역 시절에는 데뷔 초 주전을 뛰었지만 그리 돋보이지 않았고, 백업 내야수로 선수생활 마감했다. 워싱턴 감독처럼 딱 10년 뛰었다. 이후 스카우트-운영팀을 거쳐 2010년 LG 수비코치로 발탁됐고, 지난해 넥센에서 작전주루코치로 3루 베이스코치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넥센 감독으로 깜짝 발탁돼 화제모았다.
무엇보다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닮아있다. 워싱턴 감독은 출루율을 우선으로 삼으며 적극적인 베이스러닝과 안정된 수비력을 중요시한다. 염경엽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도 워싱턴 감독처럼 스피디하고 세밀한 스타일이다. 텍사스를 일으켜세운 워싱턴 감독의 기를 받아 염 감독도 넥센의 창단 첫 4강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염경엽 감독-워싱턴 감독(MLB.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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