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코란도 투리스모’, 챙길 건 챙기고 버릴 건 버렸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2.13 09: 58

‘SUV의 명가’ 쌍용자동차가 2년 6개월 동안 1800억 원을 들여 야심작을 내놓았다. 30년 ‘코란도’의 정통성을 계승하며 ‘여행’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투리스모’를 합성한 ‘코란도 투리스모’다.
‘코란도 투리스모’와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 차 앞에 붙은 수식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차량 개발 콘셉트와 어울리는 시선에서 접근해야 차량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코란도 투리스모’에 붙은 수식어는 ‘MLV’다. Multi Leisure Vehicle, 즉 다목적/다인승 레저 차량이다. 더불어 ‘혁신적 디자인’을 크게 강조했다.

이 두 가지 전제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장단점을 상당부분 설명해 준다. 다목적 레저 차량이기 때문에 고급 세단의 최상급 안락함을 기대해서는 안 되고, 디자인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편이 따를 수 있다는 메시지다. 차량 시승은 지난 2월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을 출발해 춘천 엘리시안강촌 리조트를 돌아오는 15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승합차’ 느낌을 떨쳐버린 디자인
11인승 승합차량이 갖는 이점은 상당하다. 연간 자동차세가 6만 5000원에 불과하고 6인 이상이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 또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레저 및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하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11인승 승합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바로 디자인이다.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승합차량이지만 SUV(Sport utility vehicle)의 느낌으로 보이기를 원하는 기대가 그것이다. 충분히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외관은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 상충 되는 두 요소는 어렵게 11인승 승합차량에서 수렴점을 찾는다. 경계를 가르는 요소는 ‘디자인’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외관은 SUV라 해도 충분할 만큼 다이내믹하고 날렵하다. 쌍용자동차 SUV 고유의 패밀리룩이 차량의 전면부에 강하게 드러난다. ‘코란도 스포츠’와 같은 버드윙(bird-wing)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바는 비상하는 역동성을,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다리꼴 범퍼는 쌍용차 특유의 강인한 인상을 전해준다.
 
사실 승합차와 SUV의 차이가 가장 뚜렷했던 영역은 측면부다. 승합차는 내부 공간 활용성을 우선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측면 라인이 둔탁할 수밖에 없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측면 이미지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전면부에서 시작해 후면부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뚜렷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새겨졌다. 덕분에 측면 라인에서 스포티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후측면부(D필러)에 부착 된 T배지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정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자칫 두툼하게 퍼질 수 있는 시선을 모아줌으로써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챙겼다.
▲주행성능 보다는 안정성
‘코란도 투리스모’의 155마력 디젤 엔진이 주는 인상도 강했다. 시속 80~100km 속도의 주행은 간간이 디젤 엔진이라는 기억을 잊어버릴 정도로 부드럽다. 피스톤의 폭발음은 고급 맥주의 거품처럼 잘게 부서져 부드럽고, 가속 능력도 11인승의 대형 차량답지 않게 뛰어났다.
그러나 차량 속도가 120~130km/h에 도달하면 주행성은 눈에 띄게 답답해진다. ‘코란도 투리스모’가 추구하는 바가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투리스모에 장착 된 엔진은 이른 바 ‘한국형 디젤엔진’이었다.
쌍용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코란도 투리스모’에는 최대 출력 155ps/4000rpm, 최대 토크 36.7kg•m/1,500~2,800rpm을 발휘하는 e-XDi200 LET 엔진이 장착 돼 있다. LET는 ‘Low-end Torque’의 이니셜로 처음부터 저속 토크 중심으로 설계 된 엔진을 의미한다. 투리스모에는 한국지형과 도로상황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디젤엔진이 장착 돼 있음을 운전자가 알고 있고, 고속도로에서 속도 경쟁을 벌이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린다면 최적의 효용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자식 4륜구동 기능이다. 전자식 4WD 시스템은 평소에는 후륜구동으로 주행하다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4H(고속 4륜 구동) 또는 4L(저속 4륜 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다. 상황에 따라 주행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안전한 주행력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 겨울 같은 기상상황이면 4륜 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은 운전자로서는 매우 탐나는 기능이다. 다만, 4륜 구동 모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할 경우 차량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되겠다.
▲외부 디자인에 양보한 실내 공간
‘코란도 투리스모’의 실내공간은 MLV로 활용하기에 충분히 넓다. 그러나 11인승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기아자동차의 ‘그랜드 카니발’의 제원이 전장 5145mm, 전폭 1985mm인데 반해 ‘코란도 투리스모’는 전장 5130mm, 전폭 1915mm이다. 투리스모가 전장은 15mm, 전폭은 70mm 작다. 그러면서도 같은 11인승이다.
2열까지는 그런대로 안락한 탑승자 공간을 유지할 수 있지만 3열과 4열까지 빼곡히 11명을 태우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투리스모가 강조한 ‘혁신적 디자인’에 일정치의 실내 공간을 양보했다고 보면 사실 고민은 해결 된다. 실제로 다른 11인승 차량도 11명의 승객을 다 태우고 운행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11인승을 구입해 SUV 목적으로 적절히 쓴다면 세제혜택은 세제혜택대로, 공간활용은 공간활용대로 효용을 찾을만하다.
 
▲속도계 중앙 배치, 시도는 좋았으나…
투리스모의 운전대를 잡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각종 계기판이 자리잡은 센터페시아 패널이다. 속도계와 RPM 등 계기판은 운전대 바로 뒤에 자리잡는 게 일반적이지만 투리스모는 운전대 뒤에는 속도와 RPM 등 정도를 간소화한 디지털 계기판이 있고 메인 계기판이 센터페이사 패널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내비게이션이 장착 돼 있다.
문제는 운전자의 시선이다. 운전자가 시선을 돌려서까지 얻어야 하는 정보는 사실 계기판보다는 내비게이션인데 시야각이 좋지 못하다. (계기판을 통해 체크해야 하는 정보는 운전대 뒤의 디지털 계기판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 등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는 디지털 장치의 미래를 볼 때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 위치가 바뀌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가격은 ▲LT(Luxury Touring) 2,480만원~2,854만원 ▲GT(Grand Touring) 2,948만원~3,118만원 ▲RT(Royal Touring) 3,394만원~3,564만원(각각 2WD~4W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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