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700만 돌파에 성공하며 폭풍 흥행을 보이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에서는 쟁쟁한 배우들 속 눈에 띄는 풋풋한 인물이 한 명 있다. 예비 검사 역을 맡은 신예 윤선우가 그 주인공. 그는 적은 분량에도 톡톡한 존재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윤선우는 극 중 예비 검사 역으로 등장해 사법연수원생들의 모의 재판 장면에서 큰 예승이(박신혜 분)와 대치하며 설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속 '유일한 꽃미남'이라 불리기도 한다.
"친구들이 보고 되게 얄미웠다고 하더라고요. 왜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이죽거리냐고. 때려주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하."

깊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에 장난꾸러기 같은 풋풋한 느낌도 흘러나온다. 이만하면 비주얼 면에서는 웬만해서는 절대 기죽지 않을 포스. 이에 윤선우는 손사래치며 "중학교 때는 정말 못생겼었어요. 중학교 때는 163cm에 6번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급격히 10 cm가 자라고 머리를 좀 기르니 달라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누가 저한테 잘생겼다고 하는 걸 처음 듣고 놀랐어요. '아, 이게 머리발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윤선우는 하늘에서 뚝 떨어져 막 연기를 시작한 신예는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에 몸 담았고, 그 때부터 연기에 재미를 붙이게 돼 대학(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 연기원)에서도 연기를 공부했다. 많은 연극에 출연했고, 현재 극단 대표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영화로는 단역과 중편영화 주인공으로도 출연한 바 있다. 상업영화 출연은 이번 '7번방의 선물'이 처음이다.

첫 상업영화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쭉 앉아있는 장면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윤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론 긴장을 했죠.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앉아계시니 저절로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당시 빨리 빨리 찍어야했기에 더욱 '내가 실수하면 안되는데..'라는 걱정을 했어요. 발음 같은 문제도 보이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사가 안 나와 당황하기도 했어요. 당시 박원상 선배님과 오달수 선배님이 '이렇게 해보자'라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혼자 준비한대로 하지 말고, 대사를 다 듣고 끊을 필요는 없어' 등의 세세한 연기법을 알려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상대역(?) 박신혜와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이에 그는 다소 쑥스러워하며 "정말 예쁘시더라고요, 그런데 감정적으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라 거리를 두고 연기를 했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하하."
그는 예비 법조인이지만, 말그대로 예비인 사법연수원 학생인 만큼 권위적이지 않고 풋풋한 느낌을 담는 데 주력했다고. "법정신이 나오는 영화와 자료를 많이 찾아 봤고, 무엇보다 권위적으로 보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너무 딱딱하게 연기를 하게 되면 너무 실제 검사처럼 보일 것 같았는데, 그 모습 대신 약간 대학생 같은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무조건 검사의 말투를 따라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말투처럼 대사를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대학에서도 계속 연극을 하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2년여 전부터 영화나 방송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영화란 매체가 본인에게 익숙한 연극과는 확연히 다르기에 더욱 많이 접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절실히 들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연극으로는 표현 못하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영화로 표현할 수 있어 좋아요. 제 자신에 대한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라는 배우로서의 도전정신도 내비쳤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이고 신인이다 보니 모든 게 낯설었고, 그래서 스크린에서 제 연기를 보니 아쉬운 면이 크더라고요. 촬영장도 처음이라 낯설었요. 연극은 볼 거 안 볼거 다 보고 오래 같이 지내서 가족 같은데 영화 촬영장은 좀 달랐어요. 물론 제가 한 번 가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혼자 있는 이방인이라는 느낌도 받았는데, 그럴수록 '아, 내가 좀 더 잘 돼서 사람들과 친해지게되면 좋겠다. 그러면 연기도 더 잘 되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제가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해야죠." 이미 군복무를 마친 스물 여덟의 그는 앞으로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다고.
개인적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와 '8월의 크리스마스', '혜화 동', '여자 정혜' 같은 소소하지만 일상적이고 울림을 주는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그는 앞으로 무슨 역이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멜로영화도 꼭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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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