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야, 그거 또 놓치냐!"
WBC 대표팀 소집 후 첫 훈련이 벌어진 13일 타이완 도류구장.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가벼운 몸풀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도높게 펼쳐졌다. 내야수들은 스트레칭과 캐치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본격적으로 내야 펑고훈련을 실시했다.
펑고배트를 쥔 이는 류중일 감독과 유지현 코치, 펑고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은 교묘한 바운드와 힘 조절로 첫 날부터 내야수들의 힘을 빼 놨다. 류 감독은 몇 년동안 삼성 수비코치로 일했기에 펑고에는 일가견이 있다. 유 코치 역시 마찬가지, 특히 유 코치는 펑고를 치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유 코치와 다른 팀 선수들은 평소 펑고를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국가대표에 승선, 한 배를 타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유 코치의 집중 관리를 받은 선수는 김상수. 유격수 자리에 선 김상수를 향해 유 코치는 줄곧 깊은 타구나 숏 바운드를 날려 다리의 힘을 빼 놨다.
괌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다가 온 김상수지만 대표팀 소집때문에 4일을 쉬었기에 실수가 몇 번 나왔다. 김상수가 역모션으로 공을 잡은 뒤 균형을 잃자 유 코치는 "상수야, 그거 또 그렇게 놓치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에도 유 코치의 김상수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김상수가 이번에는 송구를 하려다 공을 더듬자 옆에 류 감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 선수들만 훈련 안 했냐"고 김상수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외친 유 코치의 한 마디, "칠공산 김상수! 제대로 안 할래?". 그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던 내야에 웃음이 번졌다.
오전 훈련이 끝난 뒤 더그아웃 뒤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김상수는 "바로 며칠 전까지 류중일 감독님이랑 1:1로 집중펑고 받고와서 너무 힘들다. 그래서 (유지현 코치 펑고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코치가 자신을 '칠공산'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내가 팔공산(대구에 있는 산) 주위에 있는데 등번호가 7번이라 칠공산이라 부르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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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