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쓰 유키가 많이 슬퍼했다. 나와 오쓰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 돼 위로를 했다".
박종우(24, 부산 아이파크)가 6개월 동안 괴롭혀왔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동메달 수여 보류를 모두 해결하고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종우는 지난 12일 스위스 로잔서 열린 IOC 징계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해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3-4위 결정전 뒤 '독도는 우리 땅'이란 종이를 들고 세리머니를 한 배경에 설명했다.
IOC는 박종우의 행동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판단해 오랜 기간 동안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박종우가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박종우의 해명을 들은 뒤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특별한 추가징계 없이 동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에 가기 전에 집에 장식된 여러 메달 중 한 가운데를 동메달로 채우기 위해 비우고 갔다는 박종우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청문회서 진심으로 성실하게 대답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친구들이 (동메달) 시상식서 받았던 동일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동메달 수여 확정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기간이었다"며 "올림픽 이후 경기력이 미흡했지만, (모든 것이 해결됐으니) 올해에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 주위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동메달 수여 판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박종우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이었다. 박종우는 일본과 3-4위 결정적 직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허탈함에 쓰러져 있는 일본 선수의 등을 두드리고 위로했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됐다. 경기 직후 일본 선수에게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종우는 "경기를 마치고 일본의 오쓰 유키가 많이 슬퍼했다. 나와 오쓰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 돼 위로를 했다"고 답했다.
한편 IOC에서 동메달 수여가 확정됐지만 별도의 시상식이나 행사 없이 메달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점에 대해서는 "올림픽에 다녀온 뒤 모든 자리에 참석한 만큼 (행사가 없다고 해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고 답하며 "하지만 당시 시상식에 올라가지 못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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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