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에서 이승엽(37,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국민들이 울고 웃고 환희하던 국가대표 야구의 거의 모든 순간에 그가 있었다. 2000년 시드니에서의 활약을 시작으로 2006년 1회 WBC에서 절정의 타격감각을 보여줬고 2008년 베이징에서는 극심한 부진을 겪다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국가대표로 출전해 이승엽이 보여준 모습 덕분에 붙은 별명도 많다. '국민타자'부터 시작해서 수 많은 후배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도왔다는 의미로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는 말까지 있다. 지난 15년 동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중심타자는 항상 이승엽이었다.
그렇지만 다음 달로 다가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두고 이승엽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12일 출국하는 인천공항에서부터 이승엽은 "이제는 나보다 후배들에게 관심이 쏠리는게 맞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13일 도류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다시 한 번 "이번 대회는 조용히 있어야 할 것 같다.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내게 너무 (관심이) 집중되면 팀에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후배들에게 따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도 "원래 하던대로 하면 된다. 워낙 스타들이 많기 때문에 알아서들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타이완으로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왼쪽 어깨에 주사를 맞았다. 지난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부위, 이에 대해 이승엽은 "몸은 아주 좋다. 경기 감각만 빼고는 완벽하다"면서 "다시 (어깨가) 아플까봐 예방 차원에서 주사를 맞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의 주 포지션인 1루에는 김태균(30,한화)과 이대호(30,오릭스)가 포진하고 있다. 슈퍼스타 세 명의 교통정리가 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승엽은 "내가 대타로 나가지 않겠냐"고 예상하더니 "태균이는 타격왕이고 대호는 일본에서 타점왕을 했다. 어떻게 그들 둘이 대타를 하겠냐"고 웃었다.
대표팀에서 후배들과 훈련을 하면서 이승엽은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이제는 많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나는 이제 최고가 아니다. 그저 열심히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승엽은 "대호가 '언제는 우리 팀이 강한 적이 있었나'라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 대표팀이 팀워크를 바탕으로 하나로 뭉치는 힘은 최고다. 유대감으로 (지적되는 약점들을)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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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