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겨울', 조인성·송혜교 감성연기 '웰메이드의 긴 여운'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2.14 07: 24

한겨울 한파를 이기고도 남을 정통 멜로의 훈풍이 2시간 내내 시청자의 가슴에 설렘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배우 조인성과 송혜교가 펼치는 감성연기와 빼어난 자태는 멜로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증명하며 한 편의 그림 같은 영상미를 완성했다.   
지난 13일 베일을 벗은 SBS 새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 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 편이 주는 긴 여운을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연속 2회 방송이라는 파격 편성은 ‘그겨울’의 감성을 더욱 진하게 느끼도록 하며 새로 시작된 수목극 대전에 다크호스의 등장을 예감케 했다.
이날 ‘그겨울’에서는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의 첫 만남부터, 21년간 떨어져 지내는 사이 쌓인 날선 공방을 중점적으로 그리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건 각자 막다른 골목에 몰린 오수와 오영의 절체절명의 삶과, 그로 인해 촉발된 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끈끈한 감정적 유대였다. 

포커 겜블러 오수는 연인의 집착적 사랑에 의해 7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복역하고, 이를 100일 내에 갚지 않을 경우 죽음에 직면하는 벼랑 끝에 서있었다. 이는 오영 역시 마찬가지로, PL그룹 상속녀이지만 피붙이 하나 없는 상황은 시각장애를 지닌 그녀가 주위를 온통 경계하며 살도록 하는 피곤한 운명의 연속이었다.
서로 다른 지점이지만 막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은 오수가 오영의 오빠로 신분을 위장하는 것으로, 오영이 제한된 시각장애인의 삶과 이로 인한 극도의 외로움 속에 피붙이를 만나는 것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었고, 거기서부터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 같은 과정을 그리기까지 ‘그겨울’은 인물이 처한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오수와 오영의 감정으로 출렁였다. 술과 여자, 도박에 빠져 방탕한 삶을 살지만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은 상처를 가슴 깊이 안은 채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오수의 방황은 역설적이게도 순간마다 삶에 대한 의지를 번뜩이는 모습으로 인물에 대한 연민을 자아냈다. 팽팽한 자존심으로 뭉친 것 같지만 실은 장애에 대한 상처와 공포에 신음하는 오영의 위악도 인물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됐다.
이 같은 캐릭터는 조인성과 송혜교의 호연과,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으로 ‘그겨울’의 감성을 더욱 자극했다. 나쁜남자의 아우라를 온몸으로 풍기면서도 압도적 물리력에 옴짝달싹 못하는 오수의 상황은 조인성의 모성애를 자아내는 눈빛 연기로, 상처 받은 대기업 상속녀 오영의 강박적인 움직임은 송혜교의 날선 연기로 실감나게 표현됐다. 특히 송혜교는 시각장애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쳐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한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그겨울’의 멜로 감성을 자극해 향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러브라인에 기대감을 높였다.
 
멜로드라마였지만 긴장감도 넘쳤다. 이날 ‘그겨울’에서는 인물들 간의 대립관계가 극명하게 그려지며 극을 팽팽하게 조였다. 오영이 부모의 이혼 제공자인 왕비서(배종옥 분)를 대하는 냉랭한 태도를 비롯해, 오영의 약혼자인 명호(김영훈 분)가 오수의 등장을 탐탁치 않아 하며 벌이는 경계, 오수와 그의 목숨줄을 노리는 청부업자 무철(김태우 분)의 무자비함까지 인물들은 풍부한 전사(前事)를 가지고 멜로 장르인 ‘그겨울’에 입체적 감정을 녹였다.
이 같은 전개에 힘입어 '그겨울'이 수목극 판세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그겨울' 1,2부는 각각 전국 시청률 11.3%와 12.8%(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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