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기만성 트리오, 잘해야 하는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2.14 10: 40

오랜 2군 생활을 견디고 소속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우뚝 섰다. 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로 우뚝 서며 대표팀 투수진의 필수 요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약 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단지 선수 개개인의 영광 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일원이 된 박희수(30), 윤희상(28, 이상 SK 와이번스) 그리고 노경은(29, 두산 베어스) ‘대기만성 트리오’의 어깨에는 책임감과 의무가 실려있다.
지난 13일 대만으로 출국한 WBC 대표팀. 이에 앞서 박희수는 지난 1월 30일 양상문 수석코치와 함께 먼저 대만으로 떠나 성균관대 야구부와 함께 훈련했다. 박희수는 지난 시즌 한 시즌 홀드 신기록을 세우며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일약 대한민국 최고 계투 요원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투수진에서 전천후 활약이 기대되는 노경은과 윤희상의 지난해 활약상도 뛰어났다. 노경은은 지난해 셋업맨에서 선발로 보직변경,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팀의 새로운 선발 에이스가 되었고 윤희상은 SK 선발 투수들 중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개근하며 10승 9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활약했다. 세 명 모두 지난해 경기 내용 면으로 태극마크에 마침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들의 맹활약이 절실한 이유는 바로 오랜 2군 생활을 견디고 1군 주축 투수로 우뚝 선 뒤 대표팀까지 승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진감래라는 진리를 팬들과 아직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제대로 알린 투수들이다.
아마추어 시절 활약도는 뛰어났다. 노경은은 성남고 시절 김대우(롯데), 송은범(SK) 등과 함께 고교 최고 투수로 꼽히며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 투수로 입단했고 선린인터넷고 출신 윤희상은 2004년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대전고-동국대를 거친 박희수의 경우는 빠른 공의 빈도가 적어 2002년 2차 12라운드(입단은 2006년)로 하위지명이었으나 제구력이 뛰어난 좌완으로 꼽히며 2001년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프로 초년병 시절은 고난의 길이었다. 노경은은 팔꿈치 부상과 수술, 제구난으로 인해 팬들로부터조차 외면받던 투수였고 윤희상도 어깨 부상으로 인해 타자 전향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던 투수다. 박희수는 대학 졸업 후 SK에 가세했으나 당시 SK에는 이승호(NC), 고효준, 정우람 등 1군 좌완 요원이 많아 박희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불과 2년 전까지 1군 무대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지 못했던 이유다.
지금은 다르다. 오버스로 투구폼에서 스리쿼터에 가깝게 팔 각도를 수정한 뒤 2011시즌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1군 주력투수가 된 박희수는 자신이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이던 제구력은 물론이고 140km대 후반의 빠르고 묵직한 직구,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특급 계투가 되었다. “김진욱 감독이 아니었다면 야구를 몇 년 전 그만뒀을 것”이라던 노경은도 2011시즌 마당쇠 계투로 활약한 뒤 이제는 선발진의 주축 투수가 되었다.
윤희상도 2011시즌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빅게임 피처로 자리잡았다. 2010년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1시즌에 발을 구르기 시작한 뒤 지난해 제대로 도약점을 찾아 뛰어오른 투수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투구 내용만 보면 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박희수의 투심은 마구”라며 1년 전부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경은은 최고 153km의 직구는 물론 150km 초반의 투심과 스플리터, 커브, 144km 짜리 슬라이더 등 여러 가지 구질을 구사한다. 윤희상도 195cm의 장신에서 150km 가까운 직구와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이제는 역회전되는 공을 제대로 연마 중이다. 세계 무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무기가 많은 투수들이다.
만약 이들이 WBC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다른 후배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하다. 노경은은 “2군에서 8~9년을 있다가 비로소 1군에서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 나 자신의 활약이 그저 내 뿌듯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배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희수와 윤희상도 2군에서 오랫동안 눈물 젖은 빵을 씹다가 1군 무대의 에이스로 우뚝 선, 준비된 스타들이다.
많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꿈꾸지만 그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아쉽게 큰 무대를 TV로 지켜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번 WBC는 단골 멤버들의 이탈이 이어지며 또 다른 실력자들에게 기회가 왔다. ‘대기만성 트리오’는 “나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장착하는 동시에 “너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박희수-노경은-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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