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금 몸 상태로 던지겠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첫 불펜피칭을 앞두고 '평소대로'를 선언했다. 감독과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공을 던지는 만큼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달 초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 도착한 류현진은 이미 30개씩 불펜피칭을 두번 소화했다. 이어 15일(한국시간)에는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첫 불펜피칭을 던지게 된다. 선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다저스는 이날 클레이튼 커쇼, 크리스 카푸아노, 조쉬 베켓 등 선발투수 후보들이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류현진도 자신의 훈련 스케쥴을 마친 뒤 한참 동안 이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커쇼의 볼이 좋아보였다. 나머지 투수들도 비슷했다. 나도 내일 그 정도로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코 무리할 생각은 없다. 류현진은 "그냥 지금 몸 상태로 던지겠다. 너무 보여줄 생각은 하지 않겠다. 다른 투수들도 자기 몸 상태에 맞춰 한다"며 "시범경기에서 계속 몸을 만들도록 하겠다. 여기는 피칭개수를 한국보다 적게 한다. 내일도 하던대로 피창할 것이다. 35-40개 정도 개수를 조금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예외는 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과 커브-체인지업 등 슬라이더를 빼고 모두 던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기 체인지업에 이어 서드 피칭으로 통하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몸을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슬라이더를 던지면 팔꿈치에 무리가 갈`수 있다. 슬라이더는 나중에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 앞에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가겠다는 게 류현진의 생각이다. 첫 해이지만 마음이 급하지 않다. 그만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류현진의 걱정은 투구가 아닌 타격에 있었다. 이날 불펜피칭을 마친 뒤에는 타격 훈련도 예정돼 있다. 류현진은 "방망이는 7년 만에 처음 잡는다. 중심에만 맞춰 보겠다"며 "고교 시절에 번트는 거의 안 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타격보다 번트 쪽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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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