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무간도'와 닮았다고? 전혀 다른 이것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2.14 09: 35

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가 그간 선보였던 조폭들의 세계를 그린 범죄느와르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신세계'를 보여준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인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남자들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의 드라마를 그려낸 작품.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을 보고 홍콩영화 '무간도'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고, 남자들의 수컷냄새가 진동한다는 점에서 지난 해 신드롬을 일으킨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상기할 법도 하지만 '신세계'는 그들과는 다른 지점을 짚어낸다. 이 영화의 중심 내용은 사실 조직 1인자를 두고 벌이는 2인자들의 정치 싸움이다.

이런 면에서는 차라리 홍콩영화 '콜드 워'와 가깝다. '콜드 워' 속 전혀 다른 장단점을 지닌 양가위와 곽부성처럼 '신세계' 속 황정민과 박성웅은 팽팽한 강점들로 대치하며 그를 지지하는 양쪽 세력들과 함께 1인자가 되기 위해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이 치열한 1인자 싸움이 벌어지는 굿판을 당사자들이 아닌, 제 3의 인물들이 만들어내고 개입하며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간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모습은 정치 세계에 대한 은유와 메시지도 담고 있다.
여기에 영화 속 등장하는 조직원들은 소위 깍두기 머리라 불리는 짧은 머리도, 문신이나 흉터도 없다. 금 목걸이도 차고 있지 않다. 말쑥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남자들은 그간 보아왔던 오리지널 타입의 조폭이 아닌 차라리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의 모습에 가깝다. 극 중 정청으로 분한 황정민의 곱슬머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이 이유다.
영화는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이라는 소위 '무릎 꿇리는 포스'를 지닌 배우들의 앙상블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는 박성웅까지, 네 남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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