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의 ‘신세계’에 푹 빠져볼까요 [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2.14 10: 53

50대임에도 최민식의 눈빛은 여전히 신인의 그것과 똑같았다. 중년의 여유로움 속에 보이는 힘과 열정은 젊은 나이의 기자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소년처럼 설레 하는 모습도 꽤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겨줬다.
‘파이란’의 가슴 절절한 멜로감성에서부터 ‘악마를 보았다’의 광폭한 인면수심의 순간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캐릭터의 무늬를 정확하게 그려낸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세 남자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의 범죄 드라마. 최민식은 경찰 잠입 수사 작전을 설계해 조직의 목을 조이는 형사 강과장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하나의 목표에 미쳐있는 형사 강과장의 감정을 티끌까지 잡아내서 표현했다.

“목표에 중독된 인간. 매력적인 캐릭터죠. 부하가 위험에 처했을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일단 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강과장은 골드문의 피를 말려서 와해시키는 혈안이 돼있는 인물이죠.”
그러나 최민식, 절대 과하지 않았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이정재와 황정민을 은은하게 받쳐줬다. 두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다’고 평하는 것이 부족할 정도로 최민식은 이들을 전적으로 앞에 내세우고 꼭 필요한 장면에서만 등장했다.
“제가 의도한 바예요. 강과장이 나서면 안돼요. 나섰다가는 너무 과잉되죠. 감정을 최소화해서 액기스만 보여주자고 했어요. 목표를 향해 치닫는 인간이라는 설정인데 비즈니스가 많아지면 영화가 산만해지죠. 그래서 할 말만 한 겁니다.”
◆ 작품 선택=연애하는 것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는 대자연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최 역할부터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는 반달(반은 건달이고 반은 일반인이라는 은어)까지 최민식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변주했다.
하나의 캐릭터가 최민식을 만나면 ‘최민식표 캐릭터’로 탄생했다. 최민식은 영화에서는 ‘신세계’를 통해 처음으로 형사 역할을 맡아 새로운 캐릭터를 빚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 작품에 대한 최민식의 태도였다.
“작품을 고르는 것도 연애하는 겁니다. 연애해도 계속 비슷한 이성을 만나는 것보다는 새로운 스타일의 이성을 만나는 게 궁금하지 않아요?”
최민식은 ‘작품선택=연애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며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장경철 얘기를 꺼냈다. 그는 장경철 같은 캐릭터를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 캐스팅 제안을 또 받는다면 그때는 또 다른 맛의 살인마를 보여줄 계획.
“만약에 5년 뒤에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장르 출연 제안이 오면 색다르게 보여줄 겁니다. 피가 난무하는 것보다는 은근히 무서운 살인마를 보여줄 거예요. 그런 변화를 주는 거죠.”
◆ 이정재, 황정민과 호흡=프로선수과의 탁구
이미 잘 알려졌듯이 최민식이 직접 ‘신세계’ 캐스팅에 나섰다. 최민식은 이정재에게 전화해 영화 속 대사처럼 ‘나랑 일 하나 같이 할래?’라고 했고 이정재는 당시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지만 제쳐놓고 ‘함께 일하겠다’고 답했다.
이정재가 맡은 역할은 강과장의 명령으로 범죄 조직에 잠입한 경찰 이자성. 최민식은 이자성의 멋스러움과 중후한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이정재를 적극 추천했다.
“이정재가 이자성 캐릭터에 가장 근접했어요. 정재가 딱 생각이 났죠. 정재도 ‘태양은 없다’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 플라워맨이었는데 그런 친구의 중후하면서 안정감 있는 ‘수컷’의 모습이 보고 싶었죠. 슈트를 입은 라인이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황정민과의 호흡 또한 ‘완벽’ 그 자체였다.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서로 죽이 잘 맞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황정민과의 연기는 프로 선수들이 탁구를 하는 것처럼 딱딱 들어맞았다.
“기분 좋았죠. 탁구를 할 때 제가 스매싱을 하면 상대방이 잘 받아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 주우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지죠.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대사를 듣고 제가 던지고 상대방이 잘 말아서 던져주고 바로 이 재미죠.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그게 잘 되는 배우와 연기하면 재미있어요. 그 배우가 바로 황정민이죠.”
이정재, 황정민과 최고의 조합을 보여준 최민식. 새로운 무늬의 형사 캐릭터를 그린 최민식. 이제 최민식의 ‘신세계’에 빠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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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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