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야…대호야!"(유지현 코치) "코치님, 승엽이 형은 OK고 저는 안 되는거에요?"(이대호)
타이완 도류구장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월드베이스볼(WBC) 대표팀은 훈련 첫 날인 13일 부터 맹훈련을 실시했다. 류중일 감독은 "시간이 많지 않다. 특히 수비 쪽에서 신경써서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직접 펑고 배트를 잡고 있다. 유지현 코치는 류 감독과 함께 펑고를 쳐 주는데 선수들의 반응이 좋다. 훈련강도는 강하지만 유 코치는 유머와 함께 즐거운 훈련장을 만들고 있다.
유 코치는 펑고를 칠 때 선수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좋은 수비가 나왔을 때는 큰 소리로 파이팅을 해 주고 실수를 하면 선수들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야유(?)를 하면서 투지를 불러 일으킨다.

대표팀은 14일 오전 도류구장에서 첫 상황별 수비훈련(PFP)를 실시했다. 역시 펑고배트를 잡은 이는 유 코치, '1사 2루'나 '무사 만루' 등 주자 상황을 투수에게 미리 말하고 타구를 굴려 수비 대처요령을 몸에 익히는 훈련이다. 반복 숙달로 선수들의 몸이 기억을 해야 하기에 꽤나 비중이 높은 훈련. 투수를 중심으로 내야수 전원이 참가해야 하는 훈련이기에 팀워크를 다지는데도 좋다.
유 코치는 강한 훈련 강도로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훈련장 분위기를 유머로 부드럽게 풀었다. 1루에 있던 이대호(오릭스)가 실수를 연발하자 "대호야…대호야!"라고 애타게 외쳐 웃음을 자아냈고 장원준(경찰청)의 1루 베이스커버가 늦자 "경찰청에서는 이런거 안 가르쳐 주냐"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전 롯데 소속인 이대호와 장원준이 실책을 한 데 이어 송승준까지 실수를 하자 "롯데 와그러노!"라고 경쟁심까지 자극한 유 코치다.
유 코치가 만든 밝은 분위기는 선수들에까지 옮아갔다. 서재응(KIA)이 깔끔한 수비를 보여주자 강민호(롯데)는 "역시 빅리거는 달라"라고 외쳐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1-2루간 타구를 2루수 김상수가 놓쳤음에도 유 코치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이대호는 "코치님, 롯데만 뭐라 그러고 삼성이 실책하면 왜 가만히 계시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대호는 유 코치가 자꾸 자신의 수비 실수를 지적하자 "왜 승엽이 형은 OK이고 나는 안되냐"고 툴툴거렸다.
한 번 번진 웃음 바이러스는 도류구장 내야에 계속 머물렀다. 노경은이 깔끔한 수비를 보이자 여기저기서 "두산 살아있네"라는 유행어가 나왔고, 스퀴즈 상황에서 장원준이 홈 방향으로 쇄도하자 강민호는 "폴리스, 폴리스"라고 입단 동기의 이름을 바꿔 버리기도 했다.
즐기는 자는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한다. 앞선 대회의 선전, 전력 약화라는 부담감과 싸우고 있는 대표팀이지만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잃지 않았다.
cleanupp@osen.co.kr
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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