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이 적은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병살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김현수(25,두산)는 겨우 막내에서 탈출했다. 손아섭(25,롯데)과 김상수(23,삼성)가 후배로 들어온 덕분이다. 대표팀에서 나이로만 따지면 한참 후배인 김현수지만 대표팀 경험은 풍부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약관의 나이로 맹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이후 꾸준히 한국 대표팀의 주축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세 번의 대표팀에서 김현수는 말 그대로 '타격 기계'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타율 3할7푼(27타수 10안타 4타점)을 기록했고 2009년 WBC는 타율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 4타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무려 타율 5할5푼6리(18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로 맹활약했다. 국가대표 통산 타율만 4할2푼5리, 리그에서는 못 넘긴 4할 타율을 대표팀에서는 달성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김현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류중일 감독은 김현수를 5번 타순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자리, 하지만 김현수는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 덕분에 책임감 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대표팀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표팀에서 선배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이승엽, 김태균 선배님들을 보면 간단한 훈련을 할 때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더라. 어디서든 그럴 수 있게 나도 배워서 갈 것"이라고 말한다.
김현수는 지난해 두산에서 3할 타율에 실패했다. 팀 내 중심타선에 배치되면서 부담은 가중됐고 이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김현수는 "쟁쟁한 선배님들이 많아 부담감을 덜 느끼니 참 좋다. 타석에서도 내가 무조건 쳐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볼넷만 얻자'라고 생각하니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는 약점이 없던 김현수지만 특히 삼진이 적었다. 73타수 가운데 삼진을 당한 것은 고작 10번으로 무척 적은 편. 이에 김현수는 "삼진이 적은 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김현수는 병살타를 꼽았다. 지난해 김현수는 병살 9개로 1위 최형우(20개)에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병살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 김현수는 "내가 병살이 많은 건 삼진이 적기 때문이다. 타석에서 공을 고르기보다 치고 나가려고 하는 편인데 주자가 있으면 그럴 때는 병살이 나오기도 한다. 차라리 혼자 죽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수는 웃으며 "WBC에서 찬스가 오면 병살이 나올 수도 있으니 차라리 번트를 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프로에 와서 번트를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김현수는 "1라운드는 네덜란드 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담감 없이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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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