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더블 포스트가 아니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한 팀의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2m대 장신인 희귀한 장면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기존 선발진 에이스인 203cm 더스틴 니퍼트(32)에 204cm에 달하는 거인 우완 맥시모 넬슨(31)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두산은 당초 영입하기로 계획했던 켈빈 히메네스(33)가 도미니카에서 몸을 만들던 도중 오른 팔뚝 부상으로 합류가 어렵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새 외국인 투수를 찾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넬슨은 두산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입국해 14일 간단한 캐치볼 등으로 첫 선을 보였다. 넬슨은 15일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스트를 치를 예정이다.
미 본토에서의 테스트가 아니라 일본 전지훈련에 해당 선수가 직접 테스트를 받으러 온 이유는 지난해 어깨부상 전력이 있어 현 상태를 코칭스태프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만약 이 테스트에서 합격한다면 넬슨의 입단 가능성은 사실상 100%가 된다. 테스트를 치르는 자체가 확실한 입단 절차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일본 센트럴리그 주니치에서 뛰던 넬슨은 최고 156km의 광속구는 물론 낙차 큰 포크볼을 던질 수 있는 파워피처 선발 요원이다. 특히 2011시즌에는 31경기에서 209⅓이닝을 소화하며 10승 1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당시 주니치의 팀 평균자책점이 2.46으로 초특급이었고 센트럴리그 6개 팀 평균자책점이 3.06으로 극단적인 투고타저 양상이었으나 그래도 200이닝 넘게 소화했다는 점은 당시 주니치가 믿고 맡긴 선발 투수였음을 의미한다.
특히 넬슨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 굵은 투수가 아니라 주니치가 그야말로 키우며 쓴 외국인 투수다. 넬슨이 동양 야구에 확실히 적응한 투수임을 알 수 있는 부분. 만약 두산이 넬슨을 최종 선택한다면 이는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2m를 넘는 장신 더블 포스트로 구축된다. 2001년 삼성에서 뛰던 벤 리베라(201cm) 등이 있었으나 한 팀에서 두 명이나 2m가 넘은 전례는 없었다.
니퍼트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검증된 외국인 투수. 첫 해인 2011년 15승을 올리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니퍼트는 지난 시즌 불운과 함께 다소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11승에 그쳤으나 194이닝을 던졌고 2년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회 이상을 기록했다. 팀 융화도도 만점의 평가를 받는 투수라 당연히 재계약 수순을 밟았다.
투수가 2m 이상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체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마운드 높이와 투수들의 손 높이까지 염두에 둘 경우 타자는 약간의 과장을 섞어 2층에서 떨어지는 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위압감은 물론이고 낙차각과 릴리스포인트를 떠올려보면 체감 속도도 더욱 높아지게 마련. 니퍼트가 높은 직구 유인구로 통하는 투수임을 보여줬다면 넬슨의 경우는 주니치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으며 떨어지는 변화구 기술을 장착한 케이스다. 부상이 없다면 두산이 선택할 가능성은 꽤 높다.
2m대 투수 두 명의 조합 만으로도 재미있는 광경이 될 전망. 아직 구단 측은 “리그에서 검증된 히메네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새 후보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할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어깨 부상 여파로 인해 주니치와 재계약을 맺지 못한 넬슨은 베네수엘라 윈터리그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하며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과연 두산은 거탑 외국인 듀오로 인선을 마무리지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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