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홈런은 NO', '귀한 몸' 공인구와의 숨바꼭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15 14: 48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40명 외에도 KBO 직원들이 함께한다. 트레이너, 기록원, 매니저, 홍보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뒤에서 묵묵하게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KBO 직원들이 아침에 도류구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연습구를 수거하는 일. 선수들이 전날 훈련을 하면서 펜스 너머로 날려버린 공들을 주우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KBO는 WBC 대회 조직위로부터 공인구 300타스(3600개)를 전달 받았다. 한 타스에 10만원 정도로 공을 사는데만 3천만원이 들었다. 이들이 공을 수거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다. 추가로 연습구를 더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힘들게 이야기를 해서 겨우 300타를 확보했다"면서 "사실상 더 이상 공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아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인구 적응 문제는 대회를 앞둔 대표팀에 핵심 화제였다. 롤링스사에서 만든 WBC 공인구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쓰고 있는 공. 공 표면이 미끄럽고 실밥이 강하게 매여있어 돌기 부분이 덜 도드라진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공이 우리나라에서 쓰는 것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반발력도 덜한 것 같다"고 말한다. 정해진 규격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크기가 더 크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반드시 WBC 공인구로 훈련을 해야 하는게 이 때문이다. 대회까지 보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최대한 공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아직 연습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미리 아껴야 나중에 훈련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KBO 직원들이 선수들의 프리배팅을 유심히 지켜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공이 모자라기 때문에 펜스를 넘어가면 주워와야 한다. 문제는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파울타구보다 홈런인데 14일까지 도류구장 외야 관중석은 출입이 불가능해 공을 수거할 수 없었다. 때문에 KBO 한 관계자는 공을 펑펑 넘기는 김태균의 프리배팅을 보면서 "컨디션이 좋은 건 좋은데 그냥 폴대만 맞히고 그라운드로 들어오면 안 되나"라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NC와 잡힌 4번의 연습경기 가운데 2경기는 WBC 공인구로 치러진다. 한 경기에 평균 100개 정도의 공이 소모되는 걸 감안하면 KBO 직원들이 더욱 바빠지게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래저래 대표팀에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WBC 공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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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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