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원년 멤버' 박병주, 그가 밝히는 다시 돌아온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2.15 17: 04

"(돌아오기로 결정하기가)쉽지 않았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도와주고 싶었다".
광주FC는 지난 시즌 K리그 사상 첫 2부리그 강등팀이 됐다. 이승기, 김동섭, 박기동 등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는 등 전력 누수는 불가피해 보였다. 그 가운데서 제주에서 뛰던 수비수 박병주(28)는 광주행을 택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박병주는 2011년 광주의 창단 멤버로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강인한 승부 근성과 뛰어난 대인 방어, 헤딩 능력을 앞세워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광주가 창단 첫해 돌풍을 일으키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박병주는 지난해 갑작스레 제주로 이적했다. 이에 대해 최만희 전 광주 감독은 "박병주가 연봉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광주에 남겠다고 했지만 당시 단장이 박병주의 몸값이 높아지자 감독과 상의없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켰다"고 토로한 바 있었다. 박병주의 부재는 광주의 수비력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2부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박병주가 1년만에 다시 광주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것은 여범규(51) 신임 광주 감독 덕분이었다. 박병주와 함께 창단 첫해에 코치-선수로 함께 했던 여 감독은 박병주의 재능과 경험이 필요했다. 여 감독은 "경기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좋은 선수다. 지난 시즌에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병주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1부리그에서 뛰다 2부리그 팀에서 뛰는 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병주는 "주위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왜 2부리그로 가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박병주는 의리를 택했다. 그는 "창단 멤버인데 1년동안 그렇게 떠나 있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미안했다"면서 "이적했을 때도 광주와 좋게 헤어진 만큼 꾸준하게 코치, 동료들과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여 감독님이 '상황이 이런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했고, 가족과 상의한 끝에 광주로 다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돈, 명예보다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다. 충분히 광주의 가능성을 알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유니폼을 다시 갈아입자마자 박병주는 새 시즌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제3자' 입장에서 광주를 바라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못 믿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팀 득점이 많았으면서도 실점도 많았다. 그런 지적들 때문에 수비수들이 마음이 상하고, 팀워크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면서 "여기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없어 조율이 안 됐던 문제도 컸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병주는 나름대로 주장 스타일도 세웠다. 바로 '소통하는 주장'이다. 그는 "서로 험담하거나 욕하는 걸 없애자고 했다. 사소한 거라도 그런 행동들은 팀 와해를 불러 일으키고, 팀워크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안 좋은 불만이 있어도 좋게 얘기해서 풀자고 했다. 인간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공격이 수비한테 바라는 게 있으면 그걸 잘 조율해서 하나의 팀으로 만들겠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그것만 해도 우리 팀이 잘 되는데 절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덕분에 광주의 팀 분위기는 한결 더 밝아졌다. 박병주는 "동료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광저우 인근 둥관에서 전지훈련중인 박병주는 "선수들끼리 더 잘 맞아가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며 현재 상황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광주는 내게 고향같은 팀이다. 힘들 때 같이 시작한 만큼 올해 2부리그에서 뭔가 큰 일을 내고 싶다"면서 "수비수인만큼 모든 선수들이 다 도와서 최소 실점으로 1부리그에 승격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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