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류현진(26)이 첫 불펜피칭에서 LA 다저스 코칭스태프와 주전 포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추상적인 칭찬이 아닌 구체적인 포인트에 대한 칭찬. 류현진이 첫 불펜피칭부터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디에서 첫 공식 불펜피칭을 가졌다. 주전 포수 A.J 엘리스가 직접 공을 받았고,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뒤에서 지켜봤다. 류현진은 총 41개의 공을 던지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짧은 피칭이었지만 다저스 코칭스태프와 포수의 믿음을 사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크게 3가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부드러운 투구폼과 컨트롤

류현진이 가장 높게 평가받은 건 부드러운 투구폼과 안정된 컨트롤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투구폼이 부드럽고 딜리버리가 안정돼 있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날 현장에서 불펜피칭을 지켜 본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류현진의 투구폼은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비교해도 확실히 리드미컬하다. 특히 공을 던지는 손을 뒤로 감추고 나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니컷 투수코치도 "공을 아주 쉽고 부드럽게 던진다. 무엇보다 제구가 안정돼 있고,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잘 이뤄졌다. 덩치가 크지만, 바디 밸런스 뛰어나다.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으로 던질 줄 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엘리스는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류현진 역시 "제구가 잘 돼 생각보다 좋은 피칭을 했다"고 자평했다.

▲ 빼어난 커맨드와 강심장
엘리스는 류현진의 이날 피칭에 대해 "패스트볼 커맨드가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야구에서 '커맨드(command)'란 단순한 제구력 뿐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위치로 공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이날 류현진은 불펜피칭 중 직접 글러브로 엘리스의 위치 조정을 요구하는 등 빼어난 커맨드를 자랑했다. 베테랑이자 주전 포수 엘리스를 이끌어갈 정도로 자신만의 리듬을 흔들림없이 유지했다.
커맨드를 유지할수 있는 데에는 강인한 심장을 빼놓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엘리스는 "류현진을 보는 눈이 많았다. 처음 하는 불펜피칭이기에 긴장을 느낄 만했지만, 그는 여유있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처음인 데도 긴장한 모습이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류현진도 첫 불펜피칭에 대해 "긴장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으니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 전매특허 서클체인지업
류현진의 전매특허 서클체인지업과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 뛸 때부터 류현진의 최고 무기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불펜피칭 중에도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간간이 섞어 던졌다. 멀리서봐도 떨어지는 낙폭이 두드러졌고, 포수 엘리스도 몸을 움찔할 정도였다. 엘리스는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 수준급이었다. 변화구 중에서는 체인지업이 특히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대해 '플러스 플러스 피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체인지업만이 전부는 아니다. 허니컷 코치는 "류현진은 모두 4가지 구종 던진다. 류현진 같은 나이에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것은 흔치 않다"며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다. 류현진은 "다음 불펜피칭 때는 변화구를 더 많이 던져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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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