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부재.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줄곧 따라붙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다. 류현진(LA)과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이제까지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졌던 좌완투수들의 불참으로 좌완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지난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장원삼(삼성)이 있다.
장원삼은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하다. 2005년 야구월드컵을 시작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WBC를 모두 섭렵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국제대회 성적만 따져봐도 19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89로 훌륭하다. 지난해에는 생애 처음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소속팀 삼성의 2연패를 이끌었다.
15일 도류구장에서 만난 장원삼은 대표팀 마운드가 낮아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작 와서 보니까 투수들의 컨디션이 정말 좋다. 전혀 걱정하지 않고 동료들 덕분에 오히려 듬직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장원삼은 대표팀에서 사실상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때문에 그는 "사실 이번 대회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만약 2라운드에서 일본과 맞붙게 된다면 좌완인 장원삼이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일본전은 좌완투수가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에 장원삼은 "일단은 1라운드에 집중 하겠다"면서 "대만의 전력분석 자료를 봤는데 150km를 펑펑 던지는 선수가 있더라. 깜짝 놀랐다. 경기장에서 내 능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제까지 국가대표팀에서 장원삼은 에이스 역할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윤석민과 함께 마운드를 짊어져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큰 경기에 나가는 것이 긴장되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긴장감과 압박감을 이겨내고 큰 경기에서 잘 던진 것이 국제대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자신했다.
선발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장원삼이지만 "정말 보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목표는 오직 승리. 그는 "그냥 칠 테면 쳐 봐라는 마음으로 유인구보다 공격적인 피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잘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했다. 장원삼은 "내가 나가는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고 자기최면을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장원삼의 최종 목표는 그랜드슬램. 이번 WBC 대표팀의 구호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 정상을 모두 쟁취했다. 이제 남은 건 WBC 우승 뿐이다. 이제는 대표팀 마운드의 대들보가 된 그의 어깨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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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